환상,이상,현실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잘나가던 톰 크루즈 주연의 ‘제리 맥과이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1996년 상영된 영화인데 이 영화는 많은 미국 젊은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도전이었습니다. 그 당시까지 베일에 쌓여있던 스포츠에이전트의 세계가 공개된 것과 동시에 스포츠마케팅과 매니지먼트라는 낯선 개념을 던졌기 때문이죠.저 또한 제리 맥과이어를 본 후 스포츠와 관련된 커리어를 찾아야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고 정말 운좋게도 곧바로 뉴욕 메츠에서 소망을 이뤘습니다.
그럼 영화에서 본 에이전트의 모습과 현실에서 움직이는 그들의 세계,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제리 맥과이어는 있다? 혹은 없다?
제리 맥과이어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된 고객 쟁탈전은 현실과 많이 비슷한 장면입니다. 에이전트와 선수사이의 계약은 언제나 깨질 수 있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에이전트들은 파리목숨. 잔인하지만 결별은 간단한 서면 한장으로 쉽게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계약부분에 대한 커미션은 지불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한 선수를 자기 고객으로 묶어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거물급 에이전트였던 제프 무라드도 이런 경쟁체제를 피할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서재응 선수가 무라드와 계약한 이후에도 다른 에이전트들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S 에이전트 같은 경우엔 클럽하우스로 한국신문들을 택배로 보내주기도 하였고 주위 지인들을 통해 끊임없는 구애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처럼 선수와 에이전트와의 관계가 친형제처럼 가까울까요? 예외는 있겠지만 한국선수들 뿐만아니라 미국선수들을 통해서 접한 모습은 지극히 사무적이었습니다. 물론 계약을 눈앞에 두거나 트레이드가 됐다면 잠시 많은 대화가 오고가지만 일단 시즌이 시작되고 특별한 사건들이 없는 한 특별한 대화의 창구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처음으로 개인적으로 만나게 된 에이전트는 제프 무라드. 그는 요즘은 에이전트업계를 떠나 애리조나 다이몬드백스의 CEO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김병현 선수와 서재응 선수를 고객으로 잡은 것을 계기로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었습니다.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그의 모습은 몹시 신중한 편이었고 그러한 무게있는 모습에 많은 선수들이 그를 택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2001년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마치고 서재응 선수는 ‘제리 맥과이어 세트’로 사용됐던 그의 사무실에서 첫 미팅을 가졌습니다. 당시 마이너리그 경력밖에는 없었던 서재응 선수에게 무라드는 자기 고객중의 하나인 CC 사바시아의 사진을 가리키며 “1년전 저 친구도 지금 당신과 같은 위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최고의 루키시즌을 보냈고 지금 저는 그의 소속팀과 장기계약을 협상하고 있습니다”라고 짧게 의미있는 한마디를 하고 끝냈습니다. 마이너리그 생활과 수술, 그리고 재활에 지처있던 서재응 선수에게 꼭 필요했던 한마디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김병현 선수의 경우 무라드와의 관계는 짧았지만 굵었습니다. 3년동안만 총 13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성사시켰으니 아무래도 무지 바빴겠죠? 계약내용은 당시 전문가들의 기대와 예상액수를 훤씬 능가하는 내용이었으니까요. 어느 일간지에서 김병현 선수가 보스턴에서 살해협박을 받고있다고 대서특필한 날 무라드는 보스턴구단과 다년계약을 성사시키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병현 선수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한번도 “돈을 보여달라(Show me the money)”라고 외친 적은 없었습니다. 그저 알아서 해달라고 하는 게 전부였답니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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