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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도 바오로 열풍’

입력 | 2008-07-11 03:05:00

성당을 찾아 사도 바오로의 정신을 되새기고 있는 순례객들. 왼쪽 사진은 로마 성 바오로 성당 입구 회랑에 있는 사도 바오로 상.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이 성당에는 사도 바오로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사진 제공 평화신문·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도 바오로의 신앙의 열정, 그 거룩함을 본받는 성지(聖地) 순례. 지난달 28일 시작된 바오로 탄생 2000주년 특별희년을 맞아 천주교 성지 순례가 본격화되고 있다. 사도 바오로 해를 맞아 교구별로 선정한 성지에 가톨릭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서울대교구의 경우 명동대성당, 절두산 순교성지성당, 약현성당, 새남터성당, 삼성산성당 등 5개 성지와 대림동성당, 목동성당, 연희동성당, 청파동성당을 ‘바오로의 해 순례 성당’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명동대성당, 절두산 순교성지성당 등 5개 성지는 한국 천주교의 수난과 영광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들.

바오로의 해 성지 순례는 바오로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 특정 민족과 지역에 머물던 그리스도교를 인류 전체의 종교로 확산시킨 바오로의 거룩한 업적을 기억하자는 취지다.

서울대교구는 “사도 바오로의 정신을 되돌아보는 성지 순례를 통해 자신의 신앙심을 더욱 높이려는 신자들의 문의가 그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바오로의 해의 의미, 순례 방법, 기도 및 요일별 묵상법 등의 내용을 담은 안내 책자 ‘사도 바오로와 함께-바오로 해 묵상과 기도’를 발간해 각 본당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성지 순례의 또 다른 이유는 순례를 통해 전대사(全大赦)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전대사란 아직 남아 있는 벌을 하느님 앞에서 전부 면제해 주는 것을 말한다. 25년마다 선포되는 정기 성년 또는 바오로 탄생 2000주년과 같은 특별 성년 기간에만 전대사가 가능하다. 전대사의 일반 조건(고해성사, 영성체, 교황의 뜻에 따른 기도)을 성실히 수행하고 로마의 성 바오로 성당 또는 각 교구가 정한 바오로의 해 순례 성당을 순례하고 기도하면 특별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순례 성당에서는 성 바오로 사도를 기억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묵상한 뒤 성체 앞에서 하느님에게 올리는 개인 기도와 주님의 기도, 사도신경을 바치고 동정 마리아와 성 바오로에게 묵주기도와 경건한 간구를 올리면 된다.

서울대교구의 순례 성당 가운데 특히 신자가 많이 찾는 곳은 절두산 순교성지성당. 절두산성당이야말로 한국 천주교 순교의 진정한 성지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1866년 병인박해 당시 한국 천주교 신자들의 순교 현장이었다. 지금은 순교박물관이 들어서 있어 그 수난사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절두산성당의 변우찬 주임신부는 “평소에도 절두산성당을 찾는 분이 많았는데 바오로의 해 선포 이후 특히 40, 50대의 순례객이 많이 늘었다”면서 “대부분 성당 마당을 산책하고 박물관을 관람한 뒤 전대사 미사에 참석한다”고 말했다.

변 신부는 전대사도 중요하지만 사도 바오로의 신앙을 배워야 순례의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교황께서 왜 바오로의 해를 선포했는지, 왜 전대사를 부여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전대사를 받으려는 노력을 통해 생활 속에서 신앙인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바오로의 해는 내년 6월 29일까지 계속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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