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여주세요, 당신의 어퍼컷… 러시아-스페인 27일 4강전

‘우린 16일 전의 그 팀이 아니야.’

‘히딩크 매직’의 팀 러시아가 27일 오전 3시 45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유로(유럽축구선수권) 2008 4강에서 ‘무적함대’ 스페인과 다시 맞붙는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가 조별 리그 D조 1차전에서 스페인에 1-4로 완패한 지 16일 만의 재대결.

분위기는 그때와 사뭇 다르다. 현지 언론은 “러시아가 ‘스쿨 보이(애송이)’에서 거인이 돼 돌아왔다”며 섣불리 승패를 점치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은 “스페인이 4강전에서 러시아에 첫 대결 때의 관대함을 기대한다면 큰코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히딩크 감독도 러시아가 급성장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웠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분위기는 오히려 러시아 쪽이 좋다. 첫 경기 1-4 패배 후 지난 대회 우승팀 그리스를 1-0, 북유럽 강호 스웨덴을 2-0으로 이겼다. 8강전에선 강력한 우승 후보 네덜란드마저 3-1로 무너뜨렸다.

특히 공격력이 살아나고 있다. 공격의 핵 안드레이 아르샤빈은 두 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고 장신 스트라이커 로만 파블류첸코도 3골을 기록하며 갈수록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조별 리그에서 매 경기 2골 이상 넣으며 화력을 과시하던 스페인은 8강전에서는 이탈리아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이기는 등 한풀 꺾인 분위기다. 러시아전에서 해트트릭(3골)을 기록한 다비드 비야도 이후 3경기에서 1골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가 스페인에 비해 체력적인 우위에 있다는 점을 들어 우세를 예상했다. 대부분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는 러시아 선수들은 이번 시즌 11경기밖에 뛰지 않아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대회에 참가한 서유럽 선수들보다 더 ‘쌩쌩’하다는 것.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처럼 경험이 풍부한 팀은 단기전에 강하다”고 경계하면서도 “스페인과 러시아 모두 공격적인 팀이라서 어느 팀이 이기든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은 2006년 독일 월드컵 16강전 때 프랑스에 1-0으로 이기다 1-3으로 역전패한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태도. 그는 “당시 우리는 프랑스보다 강했지만 경기는 졌다”며 “(러시아와의 4강전에서) 초반 탐색전을 벌이다 역습을 노리는 전략을 쓰겠다”고 말했다.

스페인엔 큰 무대에서 유독 약한 ‘메이저 대회 징크스’도 걸림돌이다. 196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을 끝으로 스페인은 월드컵을 포함한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정상을 밟지 못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