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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숨긴채 광고주 협박, 시장경제 뿌리 흔드는것”

입력 | 2008-06-20 03:01:00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부 세력이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3대 메이저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과 단체를 협박하는 사태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기업들도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인터뷰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기업들이 필요하면 광고를 하고 매체는 광고 효과에 따라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특정 세력이 하라 말라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일부 세력이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3대 메이저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이나 단체를 협박하는 사태에 대해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일부 세력이 익명성의 그늘 뒤편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광고주 직원 명단까지 유포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세력의 광고주 협박에 대기업들은 그나마 버티거나 대책을 세울 수 있지만 당장 광고를 해야 먹고살 수 있는 여행사나 출판사 등 영세 중소기업들은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그 가족들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일부 세력의 광고주 협박 사태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정면대응’을 촉구했다.

“기업들이 특정 세력의 압력에 굴복하면 앞으로 이런 사태를 근절하기 어렵습니다. 기업들은 다소 귀찮고 괴롭더라도 보다 장기적이고 큰 시각에서 당당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정 부회장은 인터넷의 ‘그늘’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인터넷에 엄청난 정보가 떠돌지만 그런 것들의 상당수가 진실이 아니라는 점은 틀림없습니다. 정확한 정보나 정당한 주장이라면 당당하게 실명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그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인터넷에서 엉터리 정보를 대량 유포하거나 기업 및 개인을 협박하는 이른바 사이버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 등 정부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18일 회원사 의견을 수렴한 뒤 다른 경제단체들과 공동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부 세력의 광고주 협박 무대로 악용되고 있는 인터넷 포털에 주의와 관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과정에서 두드러진 한국 사회의 ‘법치주의 실종’ 현상도 걱정했다.

그는 “얼마든지 정당하게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데도 ‘폴리스 라인’을 안 지키고 도로로 뛰어나가면서 초래되는 시민의 불편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라며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서 의사 표시를 할 때는 폴리스 라인을 다 지키면서 한국에서만 안 지키는 것은 스스로의 존엄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시위 이후 해외에서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가 안에서 둔감해서 그렇지, 해외에서는 한국의 시위를 보고 대한민국에 큰일이 난 게 아니냐며 엄청나게 놀라고 있습니다.”

그는 “법질서를 안 지키면 결국 국가신인도가 떨어지고, 무역에 주로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