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에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상점의 간판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대로의 간판은 보기 좋든 나쁘든 새 지침에 따라 바꿔야 한다. 그러나 간판의 글자나 배경색이 비슷비슷해 마치 계획경제 시대의 중국을 보는 듯하다.
중국 정부는 최근 여러 면에서 외부에 ‘빗장을 닫아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말부터는 외국인에게 내주던 유효기간 6개월의 복수비자 발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비자 연장이 거절돼 사업이나 학업을 도중에 중단하고 귀국해야 하는 중소자영업자나 유학생이 적지 않다.
올림픽 기간에 외국인들의 입국을 크게 제한하는 지침도 발표했다. 테러나 폭력, 국가 전복 행위에 가담할 소지가 있는 외국인에게 입국비자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은 일면 수긍이 간다. 그러나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 중에서 ‘자국의 문화 도덕을 해치는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나 영상물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국을 거부하겠다고 한 경우는 들어본 기억이 없다.
특히 입국한 외국인이 친척이나 친구 집에서 머물더라도 24시간 내에 거주지역의 파출소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곧바로 추방당할 수 있다.
베이징 시내 지하철역에서는 안전검사대 설치 작업도 한창이다. 이달 말부터는 모든 역에서 지하철을 탈 때도 공항에서 출국할 때와 똑같이 몸 검사와 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올림픽 기간엔 66만 명의 무장 경찰이 올림픽을 치르는 베이징 등 7개 도시에 배치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2007년 1월 초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외국 기자의 보도제한도 완화했다. 그러나 실제로 외국 기자의 취재원 접근이 쉬워진 것은 없다. 특히 올해 3월 14일 티베트의 독립 요구 시위가 발생한 뒤로는 취재 제한이 오히려 엄격해졌다. 5월부터 가능하다던 외국 기자의 티베트 취재는 6월이 된 지금도 불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이 모든 것이 ‘안전한 올림픽’을 치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입수했다는 올림픽 테러 정보는 단 한 건도 없다.
서방 언론은 이런 조치들이 테러 방지에 앞서 인권 보장 요구와 소수민족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올해는 중국 개혁개방 30주년이 되는 해다. 과거 ‘죽(竹)의 장막(帳幕)’이라는 말을 들었던 중국이 다시 ‘장막’ 뒤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