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콜 드리머즈’ 류상형 씨 “친구 쓰던 고물도 내겐 보물”
휴대전화가 좋아 비싼 밥 안 먹고 고급 옷 안 사 입으며 절약한 돈으로 모은 휴대전화가 무려 110대. 평생 휴대전화만 만지며 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선택한 전공이 전자전파통신공학.
지난달부터 삼성전자 휴대전화 브랜드인 애니콜의 프로슈머(prosumer) 모임인 ‘애니콜 드리머즈’에서 활동하고 있는 류상형(23·경희대 3학년·사진) 씨 얘기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휴대전화 마니아.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 씨는 100여 개의 휴대전화로 가득 찬 여행용 가방을 들고 나왔다.
그가 하나 둘 꺼내놓은 휴대전화로 어느새 탁자가 가득 찼다. 류 씨는 “하나하나가 나에겐 보물과 같다”고 했다. 카페가 금세 ‘작은 휴대전화 박물관’으로 변한 느낌이었다.
그의 휴대전화 수집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3년부터 시작됐다.
“3년간 쓰던 휴대전화를 바꾸려니까 그 안에 고스란히 담긴 ‘제 인생 3년’이 너무도 아깝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휴대전화를 못 버린 것을 계기로 집에 굴러다니던 다른 고물 전화부터 친구들이 쓰다 버린 전화까지 모으기 시작했다. ‘시중에 나온 휴대전화 모델을 다 모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절판된 모델은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쓰던 같은 모형이라도 샀다. 그렇게 악착같이 수집한 휴대전화 110대에는 무전기처럼 생긴 1996년형 모델부터 최근 시판된 애니콜 신제품 ‘햅틱폰’까지 포함돼 있다.
류 씨가 현재 개통해 사용 중인 휴대전화만 ‘문자 발신용’ ‘전화 발신용’ ‘무선인터넷 전용’ 등 5대에 이른다.
“한 달에 휴대전화 5대 요금 내고 새로 나온 신제품 구입하는 비용으로 총 40만 원 정도 듭니다. 그 비용은 과외교습 등 아르바이트로 충당합니다.”
그는 삼성전자의 햅틱폰에 대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술이 매우 뛰어나고, 진동이나 사운드가 생생하고 메뉴 박스의 항목을 터치만으로 자유롭게 끌어다 쓰는 위젯 기능도 아주 좋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전문가다운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손이 크고 손톱도 짧은 남성 소비자들은 문자를 쓰거나 알람 시간을 조정할 때 ‘터치’ 방식보다는 아날로그 방식이 훨씬 편해요. 무조건 터치 기능만 강조할 게 아니라 이런 세세한 부분에선 아날로그 기능을 살리는 감각 역시 필요합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