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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국제중 특목고 노리는 3세대 조기유학 뜬다

입력 | 2008-05-20 02:57:00


캐나다로 2년간 조기유학을 떠났다 지난해 귀국한 정혜민(14) 양은 요즘 외국어고 입시준비에 여념이 없다. 정 양은 캐나다에서 중학교 2년 과정을 마쳤으며 국내 중학교에 편입하는 대신 고입자격 검정고시를 치렀다. 유학 기간에 다진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외고 특별전형에 입학하는 게 목표다.

정 양은 유학을 갈 때부터 특목고 진학을 염두에 뒀다. 정 양의 어머니 이송순(41·서울 서초구 우면동) 씨는 “외고 국제반에 진학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라며 “혜민이 초등학교 동창생 가운데 특목고 입학을 목표로 조기 유학을 간 친구가 대여섯 명은 된다”고 말했다.

○ 귀국 유학생 크게 늘어

예전에는 1,2년 외국 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배우고 현지 문화를 익혀 귀국하거나, 아예 현지에서 대학까지 학업을 마치는 게 조기유학의 주목적이었다. 후자가 조기유학 1세대에 해당한다면 전자는 2세대라고 할 수 있다. 현지에서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2세대 학부모는 잠시 영어를 배우고 귀국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요즘엔 외고나 명문대의 글로벌 전형 입학 등을 목표로 학습계획을 세워 외국으로 나가는 이른바 제3세대 조기유학생이 늘고 있다. 유학포털 ‘더 피플’의 송영숙 원장은 “초중생 상담자의 상당수가 체류 기간 2년 안팎의 단기유학에 관심을 보인다”면서 “이들은 귀국 후 국제중이나 외고 입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상으로도 ‘리터니(귀국 유학생·returnee)’의 증가세를 볼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2006년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중국으로 유학한 초중고교생(418명)에게 ‘유학 후 해당 국가 체류 희망 여부’를 물은 결과 절반가량(47.8%)이 귀국 의사를 밝혔다. ‘계속 남겠다’는 응답은 25.9%에 불과했다.

최근 수년간 초등학생 유학의 증가는 국제중이나 외고 열풍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교육계는 보고 있다. 2006년 초등학생 1만 명당 유학생 수는 35.2명으로 고등학생(35.0명)을 앞질렀다. 중학생(44.8명)에는 못 미쳤지만 최근 수년간 증가율은 중고교생보다 높다.

3세대 조기유학생의 증가는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한국인 교사가 방과 후 한국 교과서로 교과목을 가르치는 ‘국제중, 특목고 대비 관리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숙소에서 체계적으로 학습을 지도하는 이른바 관리형 유학의 등장과도 관련이 있다. 외국에서도 국내 입시체계에 맞춘 학습이 가능해졌다. 또 국제중, 외고 대비 국내 학원들도 방학에 일시 귀국한 3세대 조기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별반을 개설하고 있다.

○국제중, 외고 발판 삼아 국내외 명문대로

이런 현상은 국내외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선 국제중이나 외고를 졸업하는 게 유리하다는 학부모의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생 딸을 미국에 조기유학 보낸 김시형(39·여·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한국에서 취업하려면 외국 대학보다 국내 명문대를 나오는 편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며 “경제적 부담과 가족간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년간 유학한 뒤 외고 특별전형을 준비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미국 아이비리그 등 해외 명문대를 준비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는 3세대 조기유학생도 있다. 외고나 자율형사립고의 국제반에서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대학과목선이수제(AP), 영어 에세이, 공인어학시험이나 특별·봉사 활동 등을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게 외국에서 현지 학생과 경쟁하며 입시를 준비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실제 대원외고와 민족사관고 등 일부 학교의 국제반은 매년 거의 전원이 해외 명문대 진학에 성공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이 재외국민이나 해외 유학생 등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전형’의 확대도 조기 유학생의 귀국을 촉진하고 있다. PIS어학원 최동욱 원장은 “내신이나 수능 대신 어학실력이 출중한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국제학부나 글로벌 전형의 확대가 재외국민이나 조기 유학생들의 국내 회귀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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