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같은 디자인에 절전-친환경 기본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
따사로운 봄의 절정인 4월에 여기저기서 ‘시원한 바람’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더운 봄’ 현상이 일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 업계는 3월 말로 잡았던 예약판매 마감일을 한 달이나 늦추면서 뜨거운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전이 아닌 가구 같은 디자인은 기본이고 절전 친환경 기능은 필수다. 한 대의 실외기에 실내기 여러 대를 설치할 수 있는 ‘멀티형 에어컨’도 인기를 끌고 있다.
○ ‘철없는 가전’ 에어컨의 춘투(春鬪)
한국 에어컨의 역사를 바꾼 것은 1994년이다. 갑작스러운 폭염으로 ‘에어컨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나주영 LG전자 과장은 “당시 한 대리점 사장이 ‘에어컨 내놓으라’는 고객들의 요구에 너무 시달려 현금을 가득 담은 자루를 들고 찾아와 ‘제발 에어컨 좀 공급해 달라’고 하소연한 일화는 유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여름철 에어컨 품귀 현상을 예방하려고 1997년부터 겨울철 에어컨 예약판매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겨울과 봄 기온이 대표적 여름 제품인 에어컨의 연간 판매량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에어컨의 ‘철(계절)’이 없어진 것이다.
올해 1, 2월은 ‘겨울다운 추운 겨울’이어서 에어컨 예약판매가 지난해보다 크게 부진했다. 그러나 3, 4월 들어 기온이 종종 초여름 수준까지 올라가자 주문이 급증했다.
장재익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태평로점장은 “3, 4월의 예약판매 수량이 1월의 6배나 된다”며 “갑작스럽게 더위가 닥친 지난 주말의 예약판매량은 일주일 전보다 무려 30% 이상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에어컨은 판매시기뿐 아니라 기능도 ‘철’을 잃고 있다. ‘사계절 제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위니아만도의 거실용 천장형 ‘위니아 에어컨’은 냉난방이 모두 가능해 1년 내내 활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휘센 에어컨을 ‘라이프컨(라이프 컨디셔너)’으로 부르고 있다. 단순한 냉방기기가 아니라 난방 공기청정 제습 기능에 집안을 돋보이게 하는 인테리어 요소까지 갖춰 고객들에게 ‘쾌적한 생활’을 제공해준다는 의미다.
○ 디자인은 기본, 절전 친환경은 필수
에어컨의 대표적 약점 중 하나는 ‘전기 많이 먹는 반(反)환경적 제품’이란 이미지였다. 이 때문에 가전업체들은 외관 디자인부터 핵심 기능까지 자연친화적 요소를 강조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2008년형 클라쎄 에어컨은 꽃수술 패턴의 에타민(Etamine), 만개한 꽃 모양의 블루밍(Blooming), 흩날리는 갈댓잎을 표현한 윌로(Willow) 등의 문양을 채택했다. 강희찬 대우일렉 이사는 “자연의 이미지 적용 디자인은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고객에게 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하우젠 신제품은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 등을 제거하는 ‘슈퍼청정기능’과 담배연기 등 발암물질을 없애주는 ‘DNA필터’를 장착해 쾌적한 바람을 제공한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의 에어컨 보급률이 아직 50% 수준에 불과한 데다 기존 고객들도 프리미엄급 ‘멀티형 제품’으로 교체하고 있기 때문에 에어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