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일렉트릭(GE) 쇼크'로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증시가 폭락한데 이어 14일 한국,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도 동반 급락했다.
이 날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인 11일보다 33.00포인트(1.85%) 하락한 1,746.71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11일보다 10.84포인트(1.66%) 내린 641.03으로 마감됐다.
특히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5.61%나 폭락했다.
이 날 중국 증시에서는 GE쇼크와 함께 중국 금융당국이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예금 및 대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추가 위안화 가치 절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도 밝혔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3.05% 하락했으며 대만자취안지수도 0.18% 내렸다.
이번 주는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와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 위기 또 부각될 수 있어"
이번 주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할 미국의 주요기업은 인텔(15일) JP모건체이스(16일) 메릴린치(17일) 씨티그룹(18일) 등. 미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15일), 3월 소비자물가지수(16일) 등도 이번 주에 발표된다. 이런 각종 발표에 미국 증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여부에 따라 한국 증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주 증시가 추가 충격을 크게 받지 않는다면 앞으로 주가가 회복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증시가 다시 급락한다면 2분기(4~6월) 내내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전망은 다소 비관적이다. 유진투자증권과 어닝스닷컴에 따르면 인텔, JP모건체이스, 메릴린치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예상치는 4월 들어 하향 조정되고 있다. 또 미국 주요 경제지표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유진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이번 주 발표되는 기업 실적 및 각종 경제 지표는 미국의 신용 위기를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우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이달 초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하게 나옴으로써 경기침체 논쟁을 격화시켰다"며 "시장은 이번 주 발표되는 각종 지표를 통해 미국 경기침체의 수준을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물경기 침체 시작 VS. 바닥 확인
투자자들이 이번 주 나올 미국 기업들의 실적을 볼 때에는 금융기업과 비(非)금융기업으로 나눠 평가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업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에 따른 신용위기로 이미 실적부진이 예상돼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 등 비금융기업의 실적이 부진하다면 신용위기가 실물경기로 확산된 것으로 해석돼 증시에 미치는 충격파가 커질 수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올해 1분기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제조업체들은 제품가격을 그만큼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의 수익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예상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승현 연구원도 "이번 주 미국 기업들의 실적발표는 증시의 추가 상승을 이끄는 동력이 되기보다는 단기적으로 증시 상승속도를 조절하는 요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시장이 이를 '바닥'으로 해석한다면 증시가 서서히 회복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17, 18일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의 실적을 지켜본 뒤 투자자들이 '이제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한다면 증시가 부진을 털고 차츰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