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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의 우왕좌왕 우주야그]노아의 방주, 달에 건설?

입력 | 2008-03-12 16:07:00

언젠가 지구 생명체의 정보를 담은 ‘노아의 방주’가 달에 건설될지 모른다. 사진제공 ESA


노아의 방주는 하나님이 타락한 생활에 빠져 있는 세상 사람을 대홍수로 심판하려 할 때 특별한 계시를 받은 노아가 120년에 걸쳐 제작한 거대한 배다. 대홍수를 만난 다른 생물은 모두 멸망했으나 방주에 탔던 노아의 가족과 동물들은 살아남았다는 기록이 구약성서에 나온다.

최근 영국 신문들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과학자들이 달에 ‘노아의 방주’를 건설할 계획이다. 지구에 거대한 소행성이 충돌하거나 핵전쟁 또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나 지구가 폐허가 될 때를 대비해 지구 생명체 정보를 보관하는 데이터뱅크를 달에 두자는 아이디어다. 참신하다 못해 황당한 발상이다.

국제 달 탐사 연구그룹(International Lunar Exploration Working Group, ILEWG)은 9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회의를 갖고 현대판 노아의 방주에 해당하는 시설을 달에 세울 계획을 논의했다. 이는 지구 최후의 날에 대비해 노르웨이 스발바르 섬에 건설돼 지난해 11월 가동하기 시작한 ‘최후의 날 씨앗 저장고’에 버금가는 계획이다.

먼저 달 표면 바로 아래에 지하시설을 건설하고 노아의 방주라 할 수 있는 이곳에 지구 생명체의 DNA 정보, 철 제련법, 농작물 재배방법 등을 담은 하드디스크를 묻는다. 이 방주는 로봇에 의해 지켜질 것이라고 한다. 물론 엄청난 재앙을 겪고도 지구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이 정보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달 노아의 방주에서는 지구에 건설될 4000개의 특수 벙커를 향해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로 정보를 전송한다. 생존자들이 이 정보를 받아 지구 문명과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예측이다.

ILEWG는 정보뿐 아니라 식물씨앗, 미생물, 동물 배아 같은 생명체도 달 노아의 방주에 집어넣을 생각을 갖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과학자들은 달에서 박테리아 생태계와 식물을 가지고 실험할 계획이다. 냉동시켜 장거리를 운송하고 영양분이 거의 공급되지 않아도 잘 사는 튤립이 최적의 후보다. 2012년이나 2015년에 튤립이 달의 온실에서 꽃을 피울지 모른다.

2020년까지 과학자들은 수명이 30년인 시험용 데이터뱅크를 달에 설치해 실험할 생각이다. 완전한 노아의 방주는 2035년까지 달에 건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재난에 대한 과학자들의 진지함에 경의를 표한다.

사실 이런 노아의 방주가 필요 없으면 가장 좋을 것이다. 소행성 충돌이야 하늘의 뜻이라 어쩔 수 없다(사실 지구에 충돌하려는 소행성의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해도 전 세계적인 핵전쟁, 또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는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