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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國史교육 강화’ 약속 뒤집는 주요 대학들

입력 | 2008-03-05 02:58:00


주요 대학들이 국사교육 강화를 위해 입시전형에서 수능시험의 국사 과목을 필수로 지정해 반영하겠다던 계획을 백지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를 비롯한 서울의 7개 사립대는 2010학년도부터 수능의 국사과목을 필수로 지정하기로 합의했으나 어제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새 정부 들어 입시제도가 달라진 것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약속을 뒤집는 일이다.

작년 상반기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국내의 부실한 역사교육에 대한 반성이 한창 고조됐다. 2006년 4월에는 일본이 독도해역의 수로를 조사한다며 해양조사선을 출항시켜 국가 간 대결 양상으로까지 비화했다. 2007년 2월에는 중국이 고구려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기 위한 동북공정(東北工程) 작업을 5년 만에 완료했다. 국민 감정이 끓어올라,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이 92%(교육부 조사)에 이르렀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국사과목 중시’에 뜻을 모았던 대학들이 최근 국민 관심이 줄어들자 슬쩍 뒤로 물러서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역사학 교수들은 “대표적인 역사 인물인 김유신과 이순신, 안창호와 안중근을 구별 못 하는 대학생이 많다”고 개탄한다. 우리 역사를 모르는 젊은 세대가 양산되는 것은 수능에서 국사가 선택과목이 된 탓이 크다. 국사를 골치 아픈 암기과목 정도로 인식하는 수험생들이 국사 선택을 기피하면서 공부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에 그치지 않고 고조선사 발해사까지 중국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측 반발을 피하기 위해 연구 주체를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바꾸었을 뿐 연구 대상과 범위는 더 넓어지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 역시 언제 다시 도질지 모른다. 수능에서 국사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는 일은 역사 공부 기피 풍조 속에서 그나마 청소년에게 역사를 알게 하는 현실적 대안이다. 대학들은 고교 국사교육 강화를 위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