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기여 데리파스카 회장 1위 등극
‘러시아 비즈니스는 크렘린 입구에서 승부가 난다.’
러시아 신흥 억만장자들의 재산 순위가 바뀔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러시아 주간지 피난스는 최신호에서 러시아 최대 알루미늄 기업 ‘루스알’의 올레크 데리파스카(40) 회장이 영국 명문 축구팀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41) 씨를 제치고 러시아 최고 부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데리파스카 회장의 재산은 400억 달러(약 38조 원)로 추산됐다. 포브스 러시아판이 지난해 5월 추산한 그의 재산은 168억 달러였다. 루스알의 시가 상승에 따라 데리파스카 회장의 재산도 크게 불어났다고 피난스는 분석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될 당시 모스크바대 물리학과 학생이던 데리파스카 회장은 금속 제품을 모아 파는 고물상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알루미늄을 생산하던 군수공장에 들어가 재테크에 눈을 떴다.
1990년 중반 러시아에서 사유화가 시작되자 중소형 알루미늄 회사의 인수합병에 참여해 지분을 늘린 것이 그의 재산 증식 기법이었다. 그는 2006년 아브라모비치 씨로부터 루스알 지분을 사들여 러시아 억만장자 순위 6위에 올랐다.
그가 러시아 최고 부자로 등극한 배경을 ‘크렘린과의 친밀도’로 설명하는 경제 전문가가 많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임기 말기에 크렘린의 실세들에 부지런히 줄을 댄 것이 데리파스카 회장의 재테크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공격적인 인수합병의 대가’라는 말을 들었다. 그가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한국의 강원 평창군과 경쟁을 벌였던 소치 시의 공항을 통째로 사들여 크렘린 실세의 환심을 샀을 때 이런 말이 나왔다.
이에 비해 푸틴 대통령 집권기에 크렘린의 권좌를 노리거나 미운털이 박힌 억만장자들은 부자 명단에서 빠졌다. 1999년 초까지 크렘린 인사를 좌우하며 최고 부자에 오른 보리스 베레좁스키 씨는 영국으로 망명을 떠났다. 2004년 러시아 재산순위 1위였던 미하일 호도르콥스키(43) 전 유코스 회장은 지금도 시베리아의 차가운 감옥에 갇혀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