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쟁점을 축으로 제시문 내용 비교-대조
■ 유형별 논술 작성법
○ 비교 분석형이란?
‘비교 분석형’ 논제는 논제에서 직접 ‘비교·분석하라’ 혹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라’는 식으로 주로 출제된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가 없더라도 비교 분석형의 형태로 묶을 수 있는 논제가 많다. 엄밀하게 개념적으로 말한다면, 둘 이상의 대상이 갖고 있는 공통점을 제시하는 것을 ‘비교’라고 하고, 차이점을 밝히는 것을 ‘대조’라고 한다. 그러나 논술에서는 이 둘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한데 묶어 ‘비교’라는 표현을 쓴다.
비교 분석형 논제는 이해력과 더불어 논리력을 평가한다. 그러므로 비교 분석형 논술에서 주의할 점은 각각의 내용을 단순히 요약해서 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교하거나 대조하는 기준에는 개념, 상황, 원인, 해결방안, 논거, 주장 등이 있다. 따라서 수험생은 공통 쟁점을 축으로 하여 각 제시문은 어떤 측면을 서술하고 있는가를 파악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 비교 분석형 논술 작성법
대입 논술을 위한 비교 분석형 논제는 분석의 대상 측면에서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특정한 조건 없이 일반적인 내용을 분석하는 ‘단순 비교 분석형’과 비교 대상이 특정한 쟁점으로 지정되는 ‘쟁점 비교 분석형’이 그것이다.
한편, 내용적 측면에서는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비교가 주를 이룬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하라는 특별한 언급이 없을지라도, 비교하라는 논제가 나오면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비교 분석은 먼저 제시문의 쟁점과 내용을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각 제시문의 쟁점이 파악됐다면 그 다음에는 연관관계를 고려하여 제시문을 분류해야 한다. 제시문을 분류하는 과정을 통해서 쟁점에 따른 비교 분석이 더욱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동일한 범주를 중심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면 된다.
비교 분석형 논술 작성법단계분석1단계: 논제 및 쟁점 파악키워드, 주제문장 분석을 통한 제시문 쟁점 파악2단계: 관점 분류공통쟁점, 연관관계 분석을 통한 관점 분류3단계: 공통점 차이점 분석동일한 범주를 중심으로 공통점 차이점 비교
○ 문제 해결의 실제
※ 다음 네 개의 제시문에는 ‘소수자의 타자화’에 대한 두 개의 상반된 주장이 담겨 있다. 각 제시문을 분석해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논하시오. (600자 내외)
[가] 르네 지라르(R Girard)는 공희(供犧)의례의 분석을 통하여 ‘내부의 타자화’의 문명사적 기원을 보여주고 있다. 공희는 기우제 등 각종 제의(祭儀)에서 산 제물을 바치거나 인체에 상처를 내는 식의 희생을 보임으로써 초자연적 존재 혹은 신에게 인간의 소원을 간청하는 의례를 말한다. 이 의례는 생명의 제공 혹은 훼손이라는 점에서 폭력적 의례의 성격을 갖는데, 지라르에 따르면 이것은 공동체 내부의 긴장과 공격성을 완화하는 대체폭력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중략) 세계 각지에서 보이는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실상 그 많은 부분이 사회집단의 긴장과 적의를 해소하기 위해 선택된 ‘타자화된 내부’인 속죄양에 대한 집단폭력이다. 중세의 마녀사냥은 그 고전적인 예일 것이다. 마녀사냥은 실제의 마녀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체제 위기에 쫓긴 중세 기독교의 기득권층이 기존의 질서와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허구의 마녀를 이미지화하고 ‘발명’한 과정이다. 마찬가지로 유대인, 동성애자, 정신병자, 에이즈, 빨갱이 등 갖가지 이름을 가진 근현대의 ‘마녀’들도 공동체의 질서문란과 재액에 책임져야 할 속죄양으로 선택되어 집단폭력의 대상이 된 우리의 내부인 것이다.
[나] 노예제도는 미국의 지울 수 없는 수치임에 틀림없지만, 모든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노예제도가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유럽인들은 유럽인들을 노예로 삼았으며, 아시아인들은 같은 아시아인들을 노예로 삼았었다. 인디언들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는 아프리카 흑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전쟁을 통해 마침내 노예제도의 근절을 이룬 나라는 그 어떤 나라도 아닌 바로 미국뿐인 것이다. 그 밖의 어느 나라가 피를 흘리면서까지 노예제도를 철폐한 것이 있는가. 그럼에도 흑인지위향상협회의 간부들이 노예제도에 대한 배상금에 관한 법률안을 내놓는 것을 보면 그들은 여전히 우울한 염세주의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략) 만약 노예거래가 일어나지 않았고, 오늘날 미국에 살고 있는 흑인들이 미국 대신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고 가정해 본다면, 과연 그들이 더 잘살고 있겠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보상금 운운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일일뿐 아무런 이득이 없는 일이다.
[다] 살인적인 경쟁 환경은 차별과 불평등의 기하급수적인 빅뱅과 인권의 산술적인 팽창속도의 불균형, 사회능력의 부재를 만들어낸다. 자본과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한계효용을 넘어서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의 사회는 자신의 구성원 중에서 장애인을 밀쳐내고, 무시하고, 잊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지니고 있다. (중략) 지금에 와서는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장애 때문에 장애인이 되고 차별받는다는 도식보다 오히려 사회적인 부조리나 병리 현상, 신자유주의적인 지구화 등으로 인하여 장애 상태로 내몰린 사람들이 대량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재적인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자본축적 이윤추구의 극대화가 가까운 미래에 거의 모든 인류를 ‘자본’ 자체의 생산 능력보다 훨씬 무능력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장애인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일부 사이보그 인간이나 슈퍼컴퓨터에게 비장애인, 정상인의 개념을 내어줄지 모를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은 결국 모든 인간을 생산성의 노예, 장애 정도와 그 상태를 세분화하여 서열화시킬 것이다.
[라] 주목할 만한 것은 다수의 교육 불가능한 생도가 ‘방랑 민족’(집시) 출신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관찰은 복지원 교사와 나치 인민복지협회 모두가 유념해야 하는, 생소하기는 하지만 중요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들 ‘정직하지 않은’ 방랑하는 사기꾼 민족은 중세 사회에서 보편적인 존재였습니다. 본래적인 의미에서의 사회로부터 이탈한 인간군으로서의 그들의 존재는 중세로부터 근대로 이어졌고, 급기야 인간 평등의 사상에 의해 점차 사람들의 의식으로부터 사라져갔습니다. (중략) 적지 않은 방랑족들이 정신박약인 것은 사실입니다. (중략) 법이 정한 복지교육기간이 종료된 뒤 그런 (방랑족) 청소년들이 우리의 판단과는 달리 자유를 얻게 되는 경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습니다. 자유를 얻은 그들이 사회에 나가면 해악과 손실만 입히다가 결국은 곧장 법망에 걸려들게 되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므로 공동체에 무능한 청소년들을 복지원으로부터 감호기관으로 곧장 이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또 다른 명료한 법적 기반이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 제 1단계: 논제 분석 및 쟁점 도출
이 논제는 비교 대상이 되는 쟁점이 논제에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형이 아니라 쟁점 비교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비교의 무게 중심을 쟁점인 ‘소수자의 타자화’에 두어야 한다.
▶ 제 2단계: 관점 분류
각 제시문을 읽어보면 [가]와 [다]의 관점이 소수자의 타자화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고, [나]와 [라]의 관점이 긍정적 입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관점을 분류했으면, 분류된 그룹을 대표할 수 있는 개념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그룹 안에서 각 제시문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가 무엇인가도 밝혀야 한다.
▶ 제 3단계: 공통점과 차이점 서술
-[가]와 [다]의 공통점: 소수자들은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위해 타자화됐다.
-[가]와 [다]의 차이점:
[가]=소수자는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희생양으로 이용되었다.
[다]=‘살인적인 경쟁’으로 규정되는 현대 사회는 갈수록 더 많은 타자를 만 들어낸다.
-[나]와 [라]의 공통점: 소수자의 타자화는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다.
-[나]와 [라]의 차이점:
[나]=소수자의 타자성은 불가피하며, 오히려 사회는 소수자에게 이로움을 준다.
[라]=소수자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므로 격리해야 한다.
▶ 예시답안
각 제시문은 크게 소수자들이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위해 타자화된다는 입장과, 소수자의 타자화가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라는 입장으로 나눌 수 있다. 제시문 [가]는 역사적으로 소수자들이 타자화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소수자와 약자는 원래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했지만,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희생양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제시문 [다]도 기본적으로는 제시문 [가]와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제시문 [가]의 초점이 누구를, 왜 타자로 구별해내는가에 있는 반면에, 제시문 [나]는 갈수록 더 많은 타자를 만들어내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사회는 ‘살인적인 경쟁’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무능력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장애인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반면에 제시문 [나]와 [라]는 소수자 차별이 사회를 위해서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제시문 [나]는 세상 어디에나 소수자는 있기 때문에 소수자의 타자성은 불가피하며, 심지어 제도적으로 타자화됐던 역사가 결국은 소수자들에게 이로움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라]는 아예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소수자들을 격리하고 감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사회에 해악과 손실만 입히므로 전체 사회를 위해서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640자)
최면정 학림논술연구소 상임연구원
제시문 내용을 압축할 개념어를 찾아내자
■ 사례로 논술 답안 작성법
※ 다음 제시문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저기 칡 캐고 있는 그대여,
하루만 못 봐도 석 달이나 지난 듯.
저기 대쑥 캐고 있는 그대여,
하루만 못 봐도 세 철이나 지난 듯.
저기 약쑥 캐고 있는 그대여,
하루만 못 봐도 세 해나 지난 듯.
[‘시경(詩經)’]
[논제] 이 시에 나타난 시간 인식을 기술하라. (200∼300자)
[학생 답안]
이 시의 화자는 그대를 하루만 못 보았는데 석 달, 세 철, 세 해나 못 본 듯하다고 한다. ①화자는 점점 못 본 척처럼 느끼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것은 자신이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시간을 다르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 인식은 일상생활에서도 보여진다. ②2시간짜리 멜로 영화는 활동적이고 강한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10시간 이상으로 느껴질 것이고, 군대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군인들 역시 시간이 멈췄나 싶을 정도로 시간을 길게 느낄 것이다. (256자)
[예시 답안]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물리적 시간과 달리 자신의 감정과 상황에 의해 인식되는 심리적 시간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즉 동일한 시간이라도 개인의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위 제시문에서 화자는 ‘하루’라는 균질한 시간을 석 달, 세 철, 세 해로 다르게 느끼고 있다. 이는 그대에 대한 연모의 감정이 고조되면서 심리적 시간 역시 점층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17자)
▶ 개념어를 사용하라!
논술 실력을 기르는 데는 다작(多作)이 가장 좋다. 그러나 대입을 준비하는 고교생들은 내신을 관리하고 수능 점수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이 되므로, 한 주제에 대해 여러 번 논술문을 작성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늘 시간에 쫓겨 사는 고등학생을 위해 논술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될 방법을 하나 소개한다. 요약, 비교 설명하라는 문제를 풀 때 한번을 쓰더라도 제시문에 드러나지 않은 적절한 개념어를 사용하며 논술문을 작성하는 것이다.
위 논제에서 학생 답안을 살펴보면, 제시문에 나타난 시간의 개념에 대해서는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①에서 ‘못 본 척처럼’이라는 어휘의 의미도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화자가 느끼는 시간이 우리가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시간보다 더디게 흘러간다는 사실은 찾아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만약 공통적으로 약속된 시간을 객관적 시간이나 물리적 시간, 균질적 시간 등의 개념어로,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 여부에 따라 느껴지는 시간을 주관적 시간, 심리적 시간, 생체적 시간, 비균질적 시간 등의 개념어로 각각 표현했다면 좀 더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②는 심리적 시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비유한 문장인데, 이 문장만 요구하는 답안 분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비유한 내용 역시 다분히 주관적이다. 200∼800자에 이르는 짧은 답안을 요구하는 논제에서 예시나 비유만으로 전체 내용의 절반 이상을 써내려간 답안은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예시나 비유를 사용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분량이 지나쳤을 때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제시문 일부의 내용, 또는 제시문 전체의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어를 찾아 논술문을 작성해 보자.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제시문 내용을 그대로 발췌해서 쓰는 일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단언컨대, 이 방법은 학생의 논술 실력을 증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 ① 개념어를 사용하여 제시문 중 일부 내용을 묶기
체벌은 자아존중감을 해치고, 공격성을 높이며, 학습효과를 떨어뜨린다.
→ 체벌의 (부작용 / 악영향 / 부정적 측면)을 제시
② 개념어를 사용하여 제시문 전체 내용 묶기
(국가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적인 시장 운영에 동조한다.)
(제시문) 정부 규제는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기업 경쟁력의 약화, 기업과 정부의 유착, 관료 집단의 이기주의와 부정·부패 등이 바로 그것이다. 1980년대 이후 세계 여러 나라들은 국민 생활과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민간의 능동적 참여와 자발적 창의가 실현될 때,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손봉우 학림논술연구소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