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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어디냐…코스피 ‘심리적 지지선’ 1600선 붕괴

입력 | 2008-01-31 02:58:00


“바닥은 도대체 어디인가.”

30일 코스피지수 1,600 선이 무너지자 주식 투자자들과 증시 관계자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연일 추락을 거듭하며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증시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1,600 선을 하락의 한계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주가가 예상 범위를 넘어 하락하자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 매물이 매물 부르는 투매 현상까지

코스피지수가 1,600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5월 15일(1,589.37) 이후 8개월여 만에 처음. 이날 코스피지수는 1,589.06까지 밀려 지난해 10월 말 최고점(2,064.85)에 비해 23.04%가 빠졌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1,600 선이 깨진 것은 증시의 바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 심리가 더 얼어붙고 공포감도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심리적 지지선이던 1,600 선이 무너져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투매 현상’까지 나타남에 따라 이제 웬만한 호재로는 증시의 하락 흐름을 바꾸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1일 새벽 금리를 추가 인하하더라도 이는 예견된 일로 효과가 이미 증시에 반영돼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충격으로 손실을 본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에 나서는 등 직접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증시가 반등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수혜주 폭락하며 주가 하락 이끌어

이날 증시는 외국인은 물론 개인까지 매도로 돌아서면서 하락폭이 커졌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142억 원, 개인은 931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도(매도금액에서 매입금액을 뺀 것)했으며 기관만 33억 원을 순매입했다. 외국인은 20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업종별로는 조선, 기계 등 이른바 ‘중국 수혜주’가 폭락하며 전체 주가를 끌어내렸다.

중국의 고속 성장으로 해상 물류가 급증해 높은 수주실적을 보여 온 조선업이 대표적인 중국 수혜주다. 이날 현대미포조선은 가격 제한폭까지 떨어졌으며 한진중공업(―14.45%) STX조선(―12.31%) 대우조선해양(―12.02%) 현대중공업(―10.48%) 삼성중공업(―10.41%) 등도 급락했다.

이처럼 중국 수혜주가 폭락한 것은 미국 경기 침체의 여파가 중국으로 번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오현석 연구위원은 “이전까지 미국 경제가 심하게 휘청거리지 않는 한 중국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미국 경제에 큰 충격이 예상되면서 중국의 경기도 급랭해 설비투자 등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제 전문가들도 증시가 어디까지 빠질지 섣불리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FRB가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 증시가 추가 하락할 위험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극단적인 매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뒤집어 보면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이미 많은 물량을 팔아치웠고 주가도 싸졌기 때문에 ‘사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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