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공심위 첫 회의… 부패 비리 연루자 공천 고심
“벌금형 받은 경우까지 공천권 박탈 가혹”
“부패연루자 구제땐 여론 몰매맞을 우려”
당규 개정여부 오늘 회의서 결론 내기로
부패·비리 연루자에 대한 공천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안강민 위원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고 3시간여 동안 공천 기준 등을 논의했다.
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계파를 따지지 않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사를 공천한다’는 대원칙에 공감했지만 부패·비리 연루자 공천권 박탈을 규정한 당규를 개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 29일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규 개정과 관련해 “비리에 연루돼 형이 확정된 인사에 대해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당규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벌금형을 받은 경우까지 공천을 받지 못하도록 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부패 연루자를 구제할 경우 여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당 공직후보자추천규정 3조 2항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 후보자 추천 신청의 자격을 불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1996년 알선수재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무성(부산 남을) 최고위원, 1998년 한보 비리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현철 씨, 2005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은 김석준(대구 달서병) 의원 등은 공천을 못 받게 된다.
2006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부인이 공천헌금을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덕룡(서울 서초을) 의원도 공천받기가 어려워진다. 당시 김 의원은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정계 은퇴를 시사했다가 활동을 재개한 뒤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했다.
현재 당내에는 ‘김 의원이 용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김 의원 측은 “공천헌금 사건은 나와는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일”이라며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 밖에도 같은 규정 9조는 ‘파렴치한 범죄 전력자’와 ‘부정 비리 등에 관련된 자’도 공직후보자 부적격자로 규정하고 있다. 각종 추문에 연루돼 이 규정에 따라 공천받기 힘든 의원도 10여 명에 이른다.
한나라당은 거론되는 인사가 대부분 거물급인 데다 당내 양대 주주인 이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측근들이어서 당규 개정 문제가 자칫 계파 간 갈등을 재점화하는 불씨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친(親)이명박 성향의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부패 전력자는 절대 추천해선 안 된다”며 엄격한 당규 적용을 주문하자 친박근혜 계열의 김학원 최고위원이 “공심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김무성 최고위원을 엄호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