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진그룹에 인수된 하이마트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가전제품을 한곳에 모아놓고 파는 양판업체입니다. 그러면 전국 255개 하이마트 매장 가운데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매장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서민들이 접근하기 용이한 장소일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부자 동네’로 알려진 서울 강남 압구정점이었다고 하네요.
당초 2002년 강남 한복판에 매장을 열기로 할 때만 해도 회사 내부에서도 반대가 심했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백화점 등에 비해 제품 가격이 싸다는 인식 때문에 ‘부자 고객’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주장이 반대 논리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간 것 같습니다. 압구정점의 지난해 매출은 350여억 원으로 하이마트의 다른 매장 평균 매출(약 100억 원)의 3.5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압구정점 매장 면적이 다른 매장보다 2배 정도 넓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강남 진출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법합니다. 압구정점에 이어 2위도 강남지역 대치점이라고 하네요.
이 같은 현상은 이미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오래전부터 나타났다고 합니다. 가전제품이나 완구 등 특정 분야 제품을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한곳에 모아 할인 판매하는 업태인 ‘카테고리 킬러’가 미국에서는 전체 가전제품 판매의 절반가량을 소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하이마트 같은 가전 양판점이 가전 전체 유통 물량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업에선 “제품 유통의 주도권이 생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하이마트의 ‘부자 동네 실험’이 성공한 데는 다양한 제품, 편리함, 합리적 가격 등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기존 생산업체의 대리점이나 백화점 매장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죠.
물론 ‘가전제품=하이마트’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이 갖게 하는 지속적인 마케팅 전략도 주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생산자 위주의 공급이 아닌 소비자 지향적인 전략과 마케팅은 어디서든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조용우 기자 산업부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