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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플러스]잘나가는 ‘실버 직장’ 뒤엔 백발 수호천사가…

입력 | 2008-01-22 02:59:00

전경련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의 노인 일자리 사업 태스크포스 6명이 15일 노인인력개발원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뒷줄 왼쪽부터 김익수, 권동열, 백영헌, 최재후, 배재훈, 정순태 자문위원. 앞줄은 왼쪽부터 이상인 보건복지부 노인지원팀장, 변재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오세희 전경련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위원장.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노인이 많다. 그러나 경험도 없고 사업 판단력도 부족한 노인들은 준비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에 부닥치게 된다. 이들을 위한 ‘수호천사’가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운영하는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은 복지관, 시니어클럽, 복지센터, 종교단체, 노인단체, 은퇴자단체 등을 대상으로 창업의 성공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있다.》


#성공사례 1 - 부산 서구시니어클럽 ‘두부요리 전문점’

부산 서구시니어클럽 이난희(48·여) 관장은 전경련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의 백영헌(64) 자문위원을 만난 순간을 잊지 못한다. 때는 2007년 여름. 당시 이 시니어클럽은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콩마을 푸른 밥상’이란 두부요리 전문점 개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산시니어클럽은 지난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공모한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범사업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뽑혔다. 사업계획서 내용은 두부요리 전문점을 만들어 여성노인 11명을 계속 고용하고 이익금은 모두 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클럽 측이 받은 지원금은 5000만 원. 이 돈으로 부산 서대신동시장 안에 20평짜리 식당을 3000만 원에 임차하고 나머지 돈으로는 내부 시설과 주방기구를 마련했다.

야심 차게 시작한 사업이지만 사업 경험이 없는 시니어클럽 측으로서는 준비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두부요리라는 틀만 만들어놓았지 구체적인 메뉴를 정하는 일도 막연하기만 했다.

이때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측에서 경영자문위원 한 명을 파견하겠다고 연락해 온 것. 반갑다기보다는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경영전문가라고 하지만 조언은 형식적이고 손님 접대에 신경이 쓰일 것 같아서였다.

그런 기우는 그를 만나는 순간 사라졌다. 백 위원은 서울의 유명한 두부요리 집을 직접 다니면서 요리 이름과 특징, 가격 등을 꼼꼼히 적어온 종이를 내밀었다. 창업을 준비 중인 이 시니어클럽의 실무자 못지않게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백 위원은 또 이 식당에서 일할 노인 모두에게 개량한복과 하얀색 조리복을 입고 명찰을 달도록 조언했다. 재래식 시장에서 노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지만 백 위원의 조언 덕분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처음엔 부끄러워하던 노인들에게 깨끗한 복장과 명찰은 자긍심 이상의 효과를 냈다.

백 위원은 서울 갤러리아백화점장과 한화유통의 총괄경영관리본부장을 지내 접객업 등 서비스업종의 경영에는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었다.

현재 이 식당은 부산 서대신동시장 안의 명소가 됐다. 음식 맛이 좋고 깨끗하며 할머니들이 따뜻하게 맞아주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은 10명이 2교대로 격일제로 근무하고 월 45만∼50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앞으로 손님이 더 늘어나 이익금이 많아지면 월급도 올라가게 된다.

시니어클럽 실무직원인 이해중(31) 씨는 “노인 일자리 사업은 복지사업이라는 고정관념에다 실무자나 참여 노인들이 모두 경험이 없어 현상 유지만 해도 성공이란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경험 많은 전문가의 조언은 방향을 바로 설정하고 참여 노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성공사례 2 - 서울 용산노인종합복지관 ‘행복반찬 나눔사업’

서울 용산노인종합복지관이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행복반찬 나눔사업’도 비슷한 경우다. 반찬 만들기 사업은 애당초 용산구청이 관내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보장수급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반찬공급사업의 연간 예산인 8000만 원을 받아 반찬을 만들어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예산 규모가 너무 적어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노인 일자리 창출 시범사업 공모에 응모했다. 반찬 만들기 사업을 확대해 12명의 여성노인을 고용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냈다.

박준기(48·여) 복지관 부장은 “시범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은 됐지만 노인 12명에게 임금을 드릴 수 있는 사업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경험도 없고 사업적인 판단력도 부족해 모든 게 어렵게 느껴졌다. 그때 노인인력개발원과 노인 일자리 자문기관 협약을 맺고 있는 전경련의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을 알게 됐다. 개발원 측은 최재후(59) 위원을 파견했다. 최 위원은 포스코경영연구소 경영전략실장과 한솔그룹 경영기획실 상무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최 위원은 원가를 낮춰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고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발하라는 조언을 했다. 원가를 낮추려면 원자재 구입을 더욱 효율적으로 해야 하고 낭비가 없도록 반찬 생산량과 재료 구입량을 정확히 맞추라고 주문했다.

또 사업규모를 키우기 위해 도시락 공급사업과 출장 뷔페사업을 시작해 보라고 권유했다. 도시락 공급사업은 관내 학교나 기업체 교회 등과 공급계약을 하도록 해보라는 것이었다. 최 위원은 음식사업 경험이 있는 아내까지 데리고 나와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이제는 이 사업의 또 한 가족이 됐다.

현재 이 복지관의 ‘행복반찬 나눔사업’에서는 여성노인 10명이 일하고 있다. 주 2, 3일씩 하루 4∼6시간을 일하고 월 25만 원 안팎을 받는다.

지난해 매출액은 용산구청의 용역을 합쳐 1억 원 남짓했으나 올해는 1억5000만 원으로 목표를 세웠다. 사업장도 복지관 지하 식당에서 별도의 넓은 곳으로 옮기고, 더 많은 노인을 고용하면 월급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복지관 측의 기대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은퇴자들의 일하고픈 마음

은퇴자만큼 아는 이 있나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은 대기업 등지에서 오랜 경영 경험을 쌓아 온 전직 임원과 최고경영자(CEO) 등의 경륜과 경영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기 위해 발족한 봉사단이다.

중소기업이 경험 부족과 경영기법 미비로 겪는 어려움을 타개하고 경쟁력을 높이자는 데 목적이 있다. 봉사단은 경영조언 및 비즈니스 멘터링, 맞춤형 현장교육을 비롯해 자금지원 심사, 중소기업 경영보고서 발간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삼성, LG, 현대, 포스코, 한화 등 주요 대기업 출신 84명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1225개 업체의 자문을 받아 모두 4019건을 조언했다. 또 경영조언을 위해 자문위원들이 6개월에서 1년간 ‘비상근 고문(멘터)’에 위촉되기도 하며 현재 55개사에서 멘터링을 하고 있다.

전경련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영자문봉사단 중 6명으로 노인일자리 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의 복지관, 시니어클럽, 복지센터, 종교단체, 노인단체, 은퇴자단체 등이 시행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초기 정착과 시장에서의 성공 노하우를 조언하고 있다.

2006년 8월 시작한 노인 일자리 사업 TF는 그동안 온라인 조언 활동 67건, 현장경영 조언 19건, 비즈니스 스쿨 운영 2회, 각종 심사 및 평가 11건의 활동을 해왔다. 또 식품업, 마케팅, 물류, 경영전략, 경비절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CEO 출신으로 자문하는 측의 사업 분야에 맞는 사람들을 맞춤형으로 연결하고 있다.

변재관 노인인력개발원장은 “자문단 자신이 은퇴자이기 때문에 은퇴 노인들을 위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애정이 많다”며 “그 덕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원 측은 경영자문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라면 개발원 시범사업과 상관없는 곳이라도 자문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