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 폭발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과 방재 시스템이 후진국 수준임을 뼈아프게 재확인시켰다. 희생자 중에는 코리안 드림을 찾아왔다가 변을 당한 중국 동포도 13명이나 포함돼 있다. 모든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문제의 냉동창고는 인화성이 강한 시너를 이용한 우레탄폼 발포작업이 끝나 기름이 섞인 공기(유증기)가 내부에 차 있었다. 그런 곳에서 안전수칙도 무시한 채 10여 가지 마무리 공사가 진행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LP 가스통을 쌓아 놓고 발포작업과 용접을 했다니 희생자들은 화약고에서 목숨을 내놓고 작업을 한 셈이다.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는 인재(人災)였다.
창고회사는 건축허가도 받기 전에 불법 건축을 하다 고발됐지만 보름 만에 이천시의 허가를 받아냈다. 소방서는 현장에도 안 가보고 소방시설 완공검사를 끝냈다. 비상구와 피난계단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소방시설 완공검사를 통과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허가 및 검사 경위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현장에 위험물 취급 전문가들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참사 이후에도 대형 참사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소 외국인 보호시설 화재로 10명이 숨졌고,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때는 110명이 희생됐다. 특히 이번 참사는 1998년 10월 43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서구 매립지 냉동창고 화재 사건의 재판(再版)이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참으로 난치병 수준이다.
정부는 2004년 대형 재난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며 행정자치부 민방위재난통제본부를 소방방재청으로 격상시켰다. 그러나 국민의 안전의식과 실제 방재 효과는 나아진 것이 없다. ‘선진국 진입’을 말하기엔 너무나 부끄럽다. 방재 시스템의 전면 재점검과 국민의 의식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