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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문 설치 안됐는데 준공허가 어떻게…

입력 | 2008-01-09 02:57:00

화재 현장 폭탄 맞은 듯 8일 오후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119 소방구조대원들이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폭발로 천장이 뚫린 창고는 폭격을 맞은 듯하다. 이천=전영한 기자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는 건설업체가 준공검사 전에 마무리했어야 하는 방화문 설치를 뒤늦게 하다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동아일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코리아2000의 ‘호법 5호 작업일보’에 따르면 코리아2000은 화재가 난 창고에서 3일부터 화재 발생 전날인 6일까지 용접이 필요한 지하 방화문 설치 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당일에도 공사는 계속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건설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 사고의 결정적인 발화원이 용접 불꽃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회사측 작업일지에 화재 전날에도 공사 기록

작년 10월에도 용접중 불… 사흘뒤 소방허가

○사고 직전까지 지하 방화문 공사

‘호법 5호 작업일보’에 따르면 7일 화재가 난 냉동창고에서 6일 협력업체인 송정창호 직원 8명이 캐노피 물홈통(온도차나 비가 내려 생긴 물기를 모아 집수장으로 보내는 배관)과 지하 방화문(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문) 설치 작업을 했다.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작업일보는 공사에 들어가기 직전에 만들어지는 서류로 전체 공정과 참여 하청업체, 해당 공사의 투입 인원 등이 모두 적혀 있다.

건축법과 소방법 등 관련 법규에 따르면 연면적 1000m² 이상의 건축물은 안전을 위해 지하 방화문 등 관련 방화시설을 설치해야 준공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천시청 건설민원팀 관계자도 “이번에 사고가 난 냉동창고의 규모라면 반드시 지하 방화문 등을 설치해야 준공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재가 난 창고는 지난해 7월 착공해 지난해 11월 5일 준공검사를 받았다.

GS건설 관계자는 “면적이 2만 m²가 넘는 지하 시설물에 다른 공사와 함께 지하 방화문을 모두 설치하려면 최소 1주일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말해 화재가 발생한 7일에도 방화문 설치 공사를 계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코리아2000의 안전관리 담당 직원은 “(화재 당일 공사 여부에) 할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준공검사 부실 의혹

화재가 난 건물은 정식 건축허가를 받기 전에 불법 건축을 하다 적발돼 고발됐으며 공사 중에 설계변경허가를 받은 지 1주일 만에 소방시설 완공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천시에 따르면 코리아2000은 지난해 4월 이천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한 뒤 건축허가가 난 6월 29일 이전에 냉동창고를 짓기 위해 철근 콘크리트 옹벽을 쌓고 건축물 기초공사를 벌이다 적발돼 6월 14일 건축법 위반으로 고발돼 벌금형을 받았다.

코리아2000은 지난해 10월 12일 시로부터 설계변경허가를 받은 지 7일 만인 10월 19일 소방서로부터 소방시설 완공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완공검사를 받기 3일 전에도 용접작업이나 드릴작업 중에 불티가 외벽에 옮겨 붙으며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 9대와 소방관 28명이 출동해 진화했다.

특히 이번 화재 당시 냉동창고 지하층의 스프링클러와 소화전이 전혀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부실 준공검사의 의혹을 키우고 있다.

○화 키운 안전 불감증

소방 당국의 현장조사 결과 우레탄 발포 작업 때 사용한 시너와 액화석유가스(LPG)통 등 발화성 물질이 사방에 놓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망자들의 대부분은 회사에서 정식 안전교육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분석이다.

여기에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기계실 근처는 외부 개방문에서 90여 m나 떨어진 데다 출입구까지의 통로가 미로식으로 단 1개밖에 없어 사망자들이 탈출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천=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부상자 입원 병원서 기자 노트북 폭발 소동▼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부상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취재 기자의 노트북컴퓨터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오후 1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베스티안병원 중환자실 앞 보호자 대기실에서 취재를 하던 한 기자의 가방에 넣어둔 노트북에서 갑자기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이 기자는 주변에 있던 동료 기자들과 함께 노트북 가방을 들고 병원 옥상으로 올라가 문을 여는 순간 노트북의 배터리 팩이 불꽃을 튀기며 터졌다.

노트북 가방을 들고 있던 기자는 노트북을 바닥으로 던져 부상을 피했고 다른 기자들과 함께 소화기를 분사했다. 하지만 노트북은 2차 폭발을 일으켰고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소방당국과 업체 측은 불에 탄 노트북을 수거해 정확한 폭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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