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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변혁을 꿈꾸다]입체적인 미로 아파트

입력 | 2007-12-19 03:03:00


《도시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인류는 군집의 주거군 형태를 이루며 살아왔다. 도시는 강이 있는 평지에 주로 형성되는데, 일정한 범위를 설정한 뒤 방어벽을 쌓고 그 내부에서 부족한 공간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모색과 시민에게 쾌적한 기능 제공이라는 상반되는 문제와 싸워 왔다. 로마시대 5층 규모의 공동 주거는 대다수 시민의 주거 형식이었다. 개인 상업자본의 발달은 15세기 베네치아에 콘도미니엄을 탄생시켰고, 상류사회 저택에서 가능했던 서비스 시설이 가미된 아파트 호텔은 이미 100여 년 전 뉴욕에서 시작되었다. 서구의 아파트는 이렇게 도시 구조와 연관된 밀도나 새롭게 요구되는 사회적 기능의 해결을 위해 변모해 왔지만 우리의 아파트는 급격한 근대화의 산물로 나타났기에 서구와는 출발의 기원을 달리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박스 형태를 벗어난 아파트,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개념의 주거 형식이 아니라 새롭게 포장된 상업적 가치의 상품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주거 공간은 새로운 삶의 형식을 담는 건축이어야 한다. 그건 부족한 주거 공간 문제도 해결하고, 프라이버시도 보장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공공 영역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

57층에서 잠깨어 아침 식사는 63층 피트니스클럽서… 101층 스파에서 하루 피로를 씻고

20층엔 뭐가 있지? 로드무비 같은 나의 삶

○ 아토포스 & 아라베스크-복합적 기능의 미로 같은 아파트

여기서 제안하려는 아파트는 아토포스(atopos)와 같고 아라베스크(arabesque) 문양과 같다. 어떤 장소에 고정될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인 아토포스와 같고, 정형화된 형상을 가진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마치 미로와 같은 모습을 지닌 아라베스크 문양과 같은 아파트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가옥 공간은 안채와 사랑채라는 엄격한 구분이 있었던 반면 각 공간의 쓰임새는 다양한 기능을 소화하고 있어 기능에 따라 구분되는 서양의 공간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찜질방의 휴게실은 한국인의 이 같은 공간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찜질방 휴게실이 오래된 골목길이나 정자나무 아래의 풍경과 다를 바 있는가.

여기서 제안하려는 새로운 아파트도 이런 모습이다. 미래의 아파트는 밀도 해결뿐만 아니라 마을과 같은 풍경이 있는 주거 공간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우선 개별 주거공간을 층층이 수직으로 쌓아올려 밀도를 해결한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생활에 필요한 상점, 레스토랑, 사무실, 갤러리 등 공공 공간을 곳곳에 배치한다. 이들 공간은 소규모 형태로 수직적으로 배치되거나 공중에서 수평으로 배치되어 다층의 공공 공간이 서로 연결되도록 한다. 그 공간을 찾아다니다 보면 마치 우연히 배치된 듯한 모습으로, 그 공간을 이어 주는 길은 하나의 입체화된 미로를 형성한다. 우리의 전통 마을과 같은 다양한 시선과 경관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보호하고 또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공 영역에서 전통적인 삶의 원형도 회복할 수 있다.



○ 로드 무비-My Life 2020

오전 4시, 57층의 복층 아파트에서 깨어난 나는 19층의 옥외 광장에 면한 와인 저장고에 들러(가끔 친구들이 모이는 장소라 작은 부엌도 있다) 에스프레소를 만들고, 광장 한쪽 공간에서 잠을 자고 있는 진돗개 와이(why)와 함께 아침 산책 준비를 한다.

아침은 가벼운 운동 후 63층 피트니스클럽 홀에 준비된 건강식으로 가볍게 해결하고 이어 위층에 위치한 도서실로 자리를 옮겨 두 시간 남짓의 아침 시간은 소설을 읽으며 보낸다.

사무실은 19층 공중 광장의 무빙 로드(Moving Road)를 통해 5분 정도면 도착하지만 저층부에 위치한 공연장 스케줄도 알아볼 겸 윈도 갤러리, 서점을 둘러보기 위해 일부러 걷는다.

업무와 관련된 오늘 모임은 야경이 아름다운 96층의 개방형 주방에서 하기로 했다.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 시설이 갖추어진 홀은 미리 예약해야 한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셰프(책임 요리사)인 안토니오에게 가벼운 요리 준비와 서비스 도움을 청하고 와인 저장고에서 와인을 미리 옮겨다 놓는다.

모임이 끝난 오후 9시, 같은 층의 샴페인 바에 들러 라운지 음악을 들으며 101층의 스카이 스파에 예약이 가능한지 확인한다. 꼭대기 층에 있는 스파는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고 옥외 이용이 가능한 개인 공간이라 하루의 일과를 마치기에는 멋진 장소이다.

慊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