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선거관계자 선관위 방문방글라데시 등 14개국 20여 명의 선거 관계자가 10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해 개표기 등 선거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과천=전영한 기자
■ 오늘부터 예비후보 등록
《대선이 종점으로 치달으면서 정치권의 오감(五感)은 이미 내년 4월 9월에 열리는 18대 총선에 쏠리고 있다. 선거일 120일 전인 11일부터 지역구 선거에 나설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현직 의원과 원내 진입을 노리는 후보들은 대선 결과가 미칠 영향과 파장을 분석하며 “어떻게 하면 금배지를 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 혈전 벌어질 듯=어느 때보다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선 직후 치러지는 총선은 ‘땅 짚고 헤엄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당 안팎에 파다하다.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면 대통합민주신당 등에서 ‘대여(大與) 견제론’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겠지만, 통상 대선 직후 수개월간 형성되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정권 출범 후 한 달 반 내 치러지는 총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더 많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 중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별다른 직함이 없는 경우는 많은 시간을 지역구에서 보내고 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지역구 득표 상황을 공천 심사에서 중요한 자료로 쓰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어느 때보다 공천을 둘러싼 강도 높은 권력 투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선 과정부터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측은 ‘논공행상’ 차원에서 공천 보장 및 공천권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총선 공천 불개입 및 박근혜 전 대표와 정치적 파트너 구축’을 선언했지만 대선 후에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이 후보의 최측근들이 당권 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혹시라도 벌어질 ‘보복 공천’에 대비해 서로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일단 박 전 대표를 ‘정치적 방패막이’ 삼아 오히려 지분을 요구하다 정 안되면 이회창 후보 측와 함께 신당을 창당해 18대 총선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범여권은 혼선 속 총선 준비=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대선에 패배하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서의 유의미한 견제 세력으로 남고, 호남에서의 지지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非)한나라당’ 인사들로 구성된 ‘잡탕 구도’를 정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행 당헌당규상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열게 돼 있어, 대선 결과에 따라 현재 특별한 정치기반 없이 당적만 옮겨온 인사들은 자연히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또 대선에 패배할 경우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과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계열 의원들이 뭉쳐 당의 ‘주류 장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시나리오도 설득력 있게 돌고 있다.
신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검찰과 재벌 등을 ‘기득권’ ‘부패 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계속 전선을 형성하면 당의 중심이 자연히 이해찬, 김근태 계열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밖의 적을 설정해 내부의 분열을 막자는 취지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회창, “순수 보수 정당 만들 것”=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9일 대선 후 내년 총선을 겨냥한 창당 의사를 밝힘에 따라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던 이 후보 캠프도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 대선에서 지더라도 이후를 기약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
캠프 핵심 관계자들은 10일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보수정당을 창당할 것이다. 여기 계신 분들을 국회로 청와대로 보내드리고 싶다”며 내부 직원들을 독려할 정도다.
이 후보 측은 국민중심당과의 연대에 성공하면서 충청 지역 기반을 다지게 됐고, 이번 대선에서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두꺼워진 것을 활용해 보수 세력 내 ‘반이명박’ 성향의 유권자를 최대한 결집하면 내년 총선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석춘 정무특보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게 실망한 보수 세력들을 하나로 모아 전국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BBK 사건 수사발표 후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숙제가 만만치 않다. 충청권 정당이라는 한계를 넘어야 하고 영남권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은 이를 위해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를 설득하는 데 많은 공을 들여 왔다. 김 전 지사는 11일 캠프 합류 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촬영 : 전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