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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홈]귀하신 몸, 분양도우미

입력 | 2007-12-06 02:56:00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모델하우스 ‘자이갤러리’.

모델하우스 홍보전문 회사인 ‘문하우스’의 문현주(34) 실장과 도우미들은 목을 돌리지 못했다.

하루 종일 같은 말을 하다 보면 입까지 열리지 않는 마비 증상이 온단다.

선 채로 설명을 하다 보니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

환기도 되지 않는 실내에서 지내므로 축농증 같은 직업병은 달고 다닌다.

“올해 말과 내년에 전국적으로 분양물량이 10만 채가 넘는다고 하니, 우리도 눈코 뜰 새없이 바쁜 요즘입니다.”

(문 실장)》

“연말연시 놀고싶지만… 분양 10만채 눈코뜰새 없죠”

○ 모델하우스 도우미 몸값이 ‘금값’

문 실장은 요즘 ‘문자 보면 답 주세요’란 내용의 단체 문자 메시지 100여 통을 보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답장이 없는 도우미들에겐 일일이 전화를 건다. 건설사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막판 분양에 나선 요즘, 모델 하우스 도우미들은 모닝콜까지 받는 ‘귀하신 몸’이 됐다.

오전 8시, 분양을 준비 중인 경기도의 한 모델하우스로 출근한 문 실장은 마이크와 유니폼을 확인하고 인원을 배치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경험이 적은 도우미가 안내데스크를 거치지도 않고 바로 모델하우스 내부로 투입된 게 신경 쓰인다.

도우미들은 경력에 따라 안내데스크, 유닛(unit), 모형도 순으로 배치하지만 요즘 같이 분양이 넘치는 시기에는 입맛에 맞는 인력을 구하기가 워낙 어렵다. 초보 도우미들과 역할극을 통한 리허설은 필수.

“녹지율은 얼마나 되죠?” (문 실장)

“네, 34.37%에 이르는 쾌적한 공간에서 생활하실 수 있습니다.” (도우미)

“교과서를 읽어라 읽어. 좀 더 설득력 있게 안 되겠니.”(문 실장)

이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문 실장, 다음 주부터 일 좀 맡아 줘요.”

당장 인력이 부족하지만 평소 거래하던 건설사라 거절하기 힘들다.

미리 확보해 둔 도우미 연락처를 이용해 수천 개의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300명당 1명꼴밖에 연락이 오지 않는다.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 보니 지방 분양 홍보를 맡는 경험 있는 도우미는 일당이 15만 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방 분양은 숙식까지 총괄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더 든다.

혹 ‘젊은 피’가 끓은 그녀들이 밤에 나이트클럽에서 놀다가 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있을까 봐 때론 현장을 급습(?)하는 ‘사감’의 역할도 문 실장의 몫이다.

○ ‘물건’ 보는 안목 길러야

15년간 모델하우스 홍보만 해온 문 실장에게도 요즘 같이 미분양이 넘치는 시기에는 분양이 잘 될 만한 소위 ‘물건’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다. 분양에 실패하면 도우미 일당조차 못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분양한 한강 밤섬 자이 아파트는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첨만 되면 분명히 가격이 오르리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도우미가 나선다고 더 잘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냥 ‘이거 놓치면 후회 하시죠’라며 여운을 남깁니다.” (문 실장)

반면 중소형 아파트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에겐 상세한 설명이 필수다. 처음 집 장만에 나서는 고객들 최소 2번 이상 모델하우스를 방문하고 일가 친척에 이웃까지 데려 와 신중하게 청약하기 때문이라는 것.

미분양이 넘치는 지방에서는 브랜드에 따라 분양이 결정되는 것이 요즘 추세다. 지방 중견업체들의 분양업무가 더욱 어려운 이유다.

“분양에 실패한 경기 여주와 이천의 물량은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에 투자가치가 있는 알짜배기들입니다. 이런 점을 제대로 설명해 주는 것이 경험 있는 도우미들의 역할이죠.”

문 실장은 “서울 시내에서도 아직까지 투자가치가 있는 미분양 물량이 많이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알짜 미분양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조언했다.

○ 쏟아지는 재개발·재건축 물량

저녁이 되자 며칠 전 서울의 한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홍보를 맡았던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수주전 홍보를 맡았던 업체가 재건축 사업자로 선정되면 분양에 이르기까지 최소 4, 5번의 설명회 홍보를 맡게 된다. 일거리가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문 실장은 “4, 5년 전부터 서울의 재개발 바람이 불어 내년부터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분양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고 자신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