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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95년 종묘 석굴암 등 세계문화유산 지정

입력 | 2007-12-06 02:56:00


창덕궁, 수원화성,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의 공통점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란 점이다.

이 중 처음 세계문화유산이 된 문화재는? 종묘,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이다. 1995년 12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19차 총회는 이들 문화재를 세계문화유산의 반열에 올렸다. 한국 문화재가 처음으로 세계 인류의 보편적 유산으로 보존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은 날이다.

종묘는 탁월한 목조 건축물로 손꼽힌다. 번잡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길고 거대하다. 해인사 장경판전에는 팔만대장경을 완벽하게 보존하기 위한 놀라운 과학의 비밀이 숨어 있다. 한국 불교미술의 걸작인 석굴암과, 다보탑 석가탑이 있는 불국사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두 인류 공통의 문화유산으로 손색이 없다.

현재 세계문화유산은 660건(137개국)에 이른다. 가장 많은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나라는 폼페이 유적 등 40건이 있는 이탈리아. 아시아 최다 보유국은 중국(24건)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 유네스코가 지정한 휘장을 사용할 수 있고 문화유산 보존에 필요한 기술과 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 등록엔 의무도 함께 따른다. 세계문화유산의 보존 상태를 정기적으로 유네스코에 보고해야 한다. 유네스코는 한번 파괴된 유산은 복구하기 어렵다는 원칙 아래 원형 보존을 중요한 조건으로 삼는다. 무분별한 개발정책과 자연재해로 훼손 위기에 처한 문화재들은 세계유산 목록에서 빼는 경우도 있다. 오만의 자연공원인 아라비아영양 보호구역은 정부가 이 구역의 90%를 축소하는 바람에 세계자연유산 목록에서 제외됐다.

서울시가 최근 종묘 앞 재개발 지역에 세계적 랜드마크를 만든다며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 건설을 추진하자 전문가들이 일제히 종묘의 역사적 가치가 파괴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종묘 부근 도심 재개발 사업은 종묘 경관을 해치지 않게 건물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투어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뛰어드는 요즘,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휘장’보다 ‘보존’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