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법칙’이 8년째 입증된 23일 주인공인 황창규(사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예년과 달리 그 발표의 자리에 없었다. 발표회 직후 취재진의 오찬 장소에 인사차 잠깐 들렀을 뿐이다.
그는 이번 행사를 앞두고 “어떤 형식의 발표회도 하지 말자. 그냥 보도자료만 배포하자”고 강하게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반도체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황 사장 본인이 크게 부각되는 ‘황의 법칙’ 발표회를 여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승승장구하던 황 사장에게 올해는 ‘잔인한 해’였다.
삼성전자가 2분기(4∼6월)에 1조 원을 밑도는 영업이익(본사 기준)을 내면서 5년 6개월 만에 최악의 실적을 보였던 것은 반도체 사업 부진의 영향이 가장 컸다. 황 사장은 경기 용인시의 기흥공장에서 와신상담하며 생산성 향상에 전념했지만 8월 초에는 사상 초유의 정전사고를 겪었다. 최근에는 다소 과장된 내용까지 섞이긴 했지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황 사장 질책설까지 외부에 공개됐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황의 법칙’이 ‘오늘의 황창규’를 있게 했지만 ‘황창규의 내일’에는 적지 않은 짐도 되는 것 같다”며 “언론에서도 그 명칭을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성장론’으로 바꿔 불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