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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정근우 다리잡기 고의라면 잘못된 일”

입력 | 2007-10-23 14:18:00


SK 와이번스 유격수 정근우의 수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2일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5회초, 2루 도루를 시도한 이종욱이 포수의 송구가 뒤로 빠지자 3루로 달리려는 사이 2루 베이스 주변에 있던 정근우가 교묘하게 이종욱의 발을 잡아 넘어뜨린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종욱과 두산 벤치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당시 2루심은 단순하게 이종욱의 발이 정근우의 몸에 걸려 넘어진 것이라고 판정했으나 이후 느린 화면과 사진에는 정근우의 오른팔이 이종욱의 오른 다리를 감싸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허구연 MBC야구해설 위원은 “느린 화면으로 봐서 명백한 주루 방해가 맞다.”고 지적했다.

이후 포털 및 각종 야구 관련 게시판에는 정근우를 비난하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 유명 야구 커뮤니티사이트인 엠엘비파크 한국야구게시판에는 “동업자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 “KBO측에서 정근우에게 출장정지의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SK팬들은 정근우의 승부욕이 강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며 그를 옹호하기도 했지만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지적하는 여론이 대다수다.

정근우가 행위가 유난히 강한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는 시즌 중에도 그의 수비 문제로 논란이 많았기 때문. 특히 롯데의 강병철 감독은 정근우가 2루 커버 수비를 할 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주자가 들어오는 방향으로 왼쪽 다리를 대 충돌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홈플레이트를 지키는 포수를 제외하고 피봇맨 역할을 하는 야수는 베이스를 막고 서지 않는 것이 옳다. 주자가 베이스를 찍을 수 있는 공간을 비워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근우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강병철 감독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플레이는 주자에게 특히 위험하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주자가 야수의 발과 충돌할 경우 손과 어깨, 심지어는 얼굴에 심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일찍이 강병철 감독 외에도 허구연 해설위원 등 몇몇 야구 전문가들은 정근우의 수비 위치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실제로 정근우는 수비 시에 몇몇 선수에게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다리를 잡힌 이종욱은 시즌 초, SK전에서 2루 슬라이딩을 하다 정근우의 스파이크에 무릎이 찢기는 부상을 입어 한동안 결장을 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두산 선수들은 정근우가 2루 커버를 할 때 다리를 들고 슬라이딩을 하는 일종의 보복 행위를 일삼았다.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자극하던 정근우가 정작 자신이 더 큰 부상 위험에 직면한 잘못된 결과를 불러 온 것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시리즈 1차전 5회에 나온 정근우의 수비에 대해 “정근우가 다리를 잡았는지 확인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가까이서 2루심이 잘 보지 않았겠나.”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거듭된 질문에 “다리를 잡은 게 사실이라면 고의성을 따져야 하고 고의적이었다면 잘못한 일”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설사 정근우의 플레이에 고의성이 없었다하더라도 그의 잘못된 수비 습관은 SK 코칭스텝이 먼저 나서 고쳐줘야 한다. 그것이 정근우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옳은 방법이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