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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외채 중 ‘단기’가 44%… 환란 이전 수준 육박

입력 | 2007-10-15 03:01:00


《“단기 외채 급증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스탠더드앤드푸어스)

“은행권의 단기 외채 증가는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피치)

국제 신용평가 회사들이 한국의 단기 외채 급증에 대해 잇달아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국가신용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 외채 급증은 대외 지급 능력을 떨어뜨려 국가 신인도 하락을 불러올 뿐 아니라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 “한국, 곧 순채무국 될 것”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은 금융권의 대외 채무 급증으로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순채무국가로 전환할 것”이라며 “재정 위험이 확대되면 신용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6월 말 현재 한국은 대외 채권이 3921억 달러, 대외 채무가 3111억 달러지만 외채 급증세로 머지않아 채권보다 채무가 많은 순채무국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 앞서 신용평가사 피치의 제임스 매코맥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신용등급평가 본부장도 9일 증권업협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의 단기 외채 비중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외채 3111억 달러 가운데 단기 외채는 1379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단기 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44.3%로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 9월 말 45.4%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1월 당시 외환보유액은 73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올해 8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553억 달러로 늘어나 대외 지급 능력 면에서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 은행의 손쉬운 돈벌이 집착이 외채 급증 불러

외채 급증은 은행권의 과도한 외화 차입이 초래한 측면이 크다.

국내은행과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의 단기 외화 차입 규모는 2005년 말 513억 달러에서 올 6월 말 현재 1181억 달러로 1년 반 만에 2배로 늘어났다.

은행들이 단기 외채를 늘리는 것은 앉아서 돈을 버는 ‘무위험 재정 거래’의 유혹 때문이다.

재정 거래란 특정 상품의 가격이 시장에서 다를 경우 가격이 싼 시장에서 상품을 산 뒤 비싼 시장에서 되팔아 차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은행들은 낮은 금리로 외채를 들여와 고금리의 국내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를 이용한 투자로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업에 외화 대출을 해 주기 위해 달러를 들여오는 게 아니라 재정 거래를 위해 차입을 늘리고 있어 문제”라며 “그렇다고 강제로 외화 차입을 규제하면 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정경제부는 7월 외국은행 국내 지점이 본점에서 빌리는 외화 차입금 이자에 대한 손비인정 범위를 6배에서 3배로 축소하는 등 외화 차입 규제책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외채의 단기 유입과 유출은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이라며 “내년에도 단기 외채 급증세가 지속되면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외채:

정부, 금융기관, 기업 등이 국외에서 들여오는 빚을 말한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 외채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 외채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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