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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북 경협, 기업에 강요해선 안 된다

입력 | 2007-10-08 03:00:00


남북 정상이 합의한 대북 경협에서 정부와 민간의 소요 예산 추정에 큰 차이가 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양에서 귀환한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나는 비용이 크게 드는 게 없을 것이라고 봤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북한에 약속한 경제특구 건설, 개성공단 2단계 개발, 해주항 확장,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안변 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은 하나같이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큰 비용이 안 든다’는 대통령의 견적서(見積書)가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던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해주공단 터 조성에만 2조1000억 원이 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0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동해안과 해주항 개발에 2조 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에겐 ‘큰돈’이 아닐지 모르지만 국민 부담은 가볍지 않다.

정부는 민간 참여와 외국 자본 유치로 재원(財源)을 마련하겠다며 큰소리를 치지만 사회 인프라 건설은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민간기업이 도맡아 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민간 참여 운운하는 것은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합의는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피해 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공기업과 정부의 영향권 아래 있는 기업이 후속 조치를 서둘러 쏟아 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짠 뒤 기업에 참여를 강요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경협을 위한 돈과 기업의 투자 의지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질 리는 없다. 북한 방문에 동행했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익을 좇는 기업의 투자 전략까지 비틀며 대북 사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경협 합의를 경제논리로 보완해 적절한 조정 작업을 해야 한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남북협력기금 증액 가능성을 내비쳤다. 곧 국민에게 청구서를 보내겠다는 예고로 들린다. 국내 기업과 외국 자본이 움직이지 않으면 국민 부담을 키우는 목적세를 신설하겠다고 나오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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