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문제 적극 대응”7일 국제철강협회장에 선출된 이구택 포스코 회장(왼쪽)은 “세계 철강산업이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실질적 방안 도입과 회원사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존 서머 US스틸 회장과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포스코
평사원 출신 CEO ‘세계의 철인’ 우뚝
공채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철강업체의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른 이구택(61) 포스코 회장이 세계 철강업체를 대표하는 ‘수장(首長)’이 됐다.
국제철강협회(IISI)는 7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41차 이사회 및 정기총회에서 이 회장을 제31대 국제철강협회장으로 선출했다. 이 회장은 국제철강협회 회장단 4명(회장 1명, 부회장 3명)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 철강업체 CEO로 한국 철강산업의 위상 제고와 함께 세계 조강생산량의 50%를 넘는 아시아 지역의 실질적 대표성을 갖게 됐다.
그는 이날 선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장 선임은 개인 능력이라기보다 세계 철강업계에서 포스코가 차지하는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 세계에서 인정받은 ‘한국 샐러리맨의 우상’
이 회장은 1969년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 공채 1기 평사원으로 입사해 2003년 회장에 오른 입지전적 경영자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유학 준비를 하다가 대학 시절 주임교수였던 윤동석 전 포철 부사장의 권유로 ‘샐러리맨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강철도 녹이는 스마일맨’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서글서글한 눈매와 부드러운 인상으로 주위를 다독여 가며 무리 없이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온화한 성격과 뛰어난 전문성 그리고 업무에 대한 열정은 엔지니어 출신인 그가 수출부장, 경영정책부장, 신사업본부장 등 포스코 내 경영관련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회사 안에서 일찍부터 ‘미래의 재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세계 철강업체로서는 처음으로 6시그마 등 다양한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해 2002년 11조7000억 원이던 매출을 지난해 20조 원으로 2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등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였다는 평을 들었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는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가 제정해 운영하는 인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에 국제철강협회장에 오른 것도 재임 기간 중 보여 준 CEO로서의 뛰어난 경영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한국 철강업계의 높아진 위상 반영
이번 이 회장의 선출은 당사자는 물론 국내 철강업계의 경사이기도 하다. 1967년 국제철강협회가 설립된 이후 회장은 세계 철강산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해 온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 업체 CEO가 번갈아 맡아 왔다. 특히 이번 신임 회장단에는 US스틸의 존 서머 회장과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아르셀로 미탈의 락시미 미탈 사장이 부회장에 연임되고, 파울로 로카 아르헨티나 테킨트 그룹 회장이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돼 이 회장의 선출은 아시아 지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다.
이 회장은 앞으로 1년간 회장직을 맡으면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문제 대응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그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이산화탄소(CO2)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 방식이 채택되도록 각국 정책입안자들과 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세계 조강 생산량 기준 55%만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철강협회 회원사 수(현재 55개국 174개사)를 85% 수준으로 끌어올려 협회의 국제적 위상 확대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다른 해외 철강업체 인수합병(M&A)과 관련해서는 “아직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는 매력이 있는 곳이 없지만 앞으로 좋은 타깃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M&A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베를린=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