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의 제왕’ 김상진 감독이 추석에 딱 맞춰 돌아왔다.
1995년 ‘돈을 갖고 튀어라’로 데뷔해 1999년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2001년) ‘광복절 특사’(2002년) ‘귀신이 산다’(2004년)까지.
총 8편을 만드는 동안 코미디 한 우물만 파 왔고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에 그가 내민 카드는 현재 상영 중인 영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주연 나문희)이다. 》
―왜 코미디만 만드나.
“아직 정상까지 오르려면 멀었다. 다른 산을 오르기엔 그동안 한 게 아깝다. 이렇게 평생 하면 언젠가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 한 편 만들 수 있겠지.”
―한국에서 코미디는 좋은 평가를 잘 못 받는다.
“나는 대신 돈을 잘 벌잖아.(웃음) 농담이고, 이젠 관객들도 무슨 평이 나오든 보고 싶으면 보니까 신경 안 쓴다. 전문가 평점? 별 두 개 반에서 세 개겠지.”
―흥행의 비결은 뭔가.
“항상 ‘상황역전극’을 해 왔다. ‘신라의 달밤’에선 공부 못하던 놈이 선생님 되고 잘하던 놈은 조폭 되고, ‘광복절 특사’에선 기껏 탈옥하니까 다시 감옥에 가고, ‘권순분…’에선 납치된 권 여사가 납치범들을 지휘한다. 상황이 뒤바뀌어서 ‘너도 한 번 당해 봐라’라는 심리를 건드리는 건가?”
―‘권순분…’은 후반부가 지루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런 지적 때문에 언론 시사 뒤 2분 30초가량 들어냈다. 후반부를 찍을 때 한 달 반 동안 부산 대구 강원도 등을 돌아다녔고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만 두 달이 걸려 아까워서 그랬는지 좀 늘어졌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최대 교훈은 “자식들에게 재산 미리 나눠 주지 말자”라고 생각한다.
“맞다. 권 여사도 자식들을 돈으로 키웠다가 결국 후회하게 된다.” (영화에서 권 여사가 납치됐는데도 자식들은 무관심하다. 자식들은 재산을 이미 물려받았다.)
―최고 작품이 ‘주유소 습격사건’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선 세상을 전복하려 하더니….
“자꾸 나보고 착해졌다고 하는데, 영화의 소재에 따라 달라지는 것뿐이다. 다음에는 센 걸 할 거다. ‘주유소 습격사건2’의 시나리오도 작업 중이다. 또 편안하고 쉬운 영화로 관객층을 넓혀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영화를 전공했지만(한양대 연극영화과) 무슨 ‘∼스키’ 감독들이 만든 걸 보면 매번 졸았다. 영화과 들어온 애들이 처음엔 ‘영웅본색’ 같은 걸 보고 감동받아 들어오는데 나중엔 다 고뇌하는 지식인으로 바뀌더라. 나? ‘사관과 신사’를 보고 그 여배우(데버러 윙거)에게 반해서 그런 여배우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더니 배우는 안 되겠고, 그래서 감독이 됐다.”(웃음)
그는 말을 술술 시원시원하게 잘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감독은 많은 스태프와 의견을 나누고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말발’이 좋아야 한다. “하는 일은 별로 없고, 다 말발”이란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