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위칭데이 매물 폭탄 ‘심술’커녕 프로그램 순매수
‘세 마녀’의 심술은 없었다.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선물을 줬다.
13일은 주가지수선물, 주가지수옵션, 개별주식옵션 등 세 가지 파생상품의 만기가 겹치는 ‘트리플 위칭데이’였다. 이 때문에 증시는 1조 원의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바짝 긴장했지만 오히려 프로그램 매수세가 몰리며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매물 폭탄’ 없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4.50포인트(1.90%)오른 1,848.02로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도 9.56포인트(1.26%) 오른 767.39로 장을 마쳤다.
트리플 위칭데이에서 증시 하락이 우려됐던 것은 세 종류의 파생상품 만기에 맞춰 기관들이 매물을 대량 쏟아낼 가능성 때문이었다. 증시와 선물시장 전문가들은 4조5000억 원대의 매수차익 잔액 부담이 있어 이날 1조 원 이상의 매물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관의 프로그램 매매는 정규장 마감까지 2127억 원 순매수(매수 금액에서 매도 금액을 뺀 것)를 보였다.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로 장중 베이시스(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가 개선되면서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됐다. 청산이 예상됐던 물량은 상당량이 다음 만기일인 12월로 넘어갔다.
○‘박스권 vs 반등’ 엇갈리는 전망
이날 급등에도 불구하고 증시에서는 아직 불안한 요소가 많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루하루 등락에 의미를 두지 말라는 지적도 있다.
한화투신운용 김영일 주식운용본부장은 “만기일에 대한 부담이 12일에 미리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13일의 급등은 하루 전의 낙폭을 회복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기 침체, 중국 경기 과열, 유가 상승 등 불안 요소가 내재돼 있어 주가는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를 한다면 철강이나 일부 건설주가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2분기(4∼6월) 주가 급상승 뒤 지금은 일종의 완충지대에 있는 느낌”이라며 “12일도 주가가 하락할 이유가 없었는데 떨어졌던 것으로 볼 때 하루의 등락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다음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가능성, 영국의 FTSE 선진시장 지수 편입 가능성, 양호한 8월 경제 지표 등을 고려할 때 다음 주부터 지수 반등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트리플 위칭데이
주가지수선물, 주가지수옵션, 개별주식옵션 3가지 파생상품의 만기가 겹치는 날. 선물 만기일은 3, 6, 9, 12월 둘째 주 목요일이고 옵션과 개별주식옵션 만기일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 따라서 3, 6, 9, 12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 파생상품의 동시 만기일이 된다. 이날은 선물, 옵션과 관련된 매물이 주식시장에 대거 쏟아져 시장을 뒤흔들곤 한다. 그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어 ‘마녀의 심술’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