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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서울 간 사쿠라야, 재롱은 여전하니… ‘코끼리 사쿠라’

입력 | 2007-08-11 03:02:00


◇ 코끼리 사쿠라/김황 지음·박숙경 옮김/144쪽·1만 원·창비(초등 3∼6학년)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코끼리 보러 가자”와 “동물원 가자”란 말은 동의어다. 그야말로 코끼리가 없는 동물원은 동물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

‘코끼리 사쿠라’는 동물원의 코끼리 이야기다. ‘사쿠라’는 2003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암컷 아시아코끼리의 이름. 2005년 인기투표에서 서울대공원에 사는 3200여 마리 동물 중 한국호랑이 백두, 아기 오랑우탄 보미에 이어 3위에 올랐을 정도로 인기 ‘짱’이다. 종(種)이 다른 아프리카코끼리와 사랑에 빠졌으나 돌연변이를 낳을 우려 때문에 따로 격리된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코끼리 사쿠라’는 일본아동문학자협회가 주최한 제1회 ‘어린이를 위한 감동 논픽션 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책이다. 위인전이나 정보 전달을 위주로 한 책이 아니고선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쓴 논픽션이 드물다.

사쿠라는 1965년 태국 출생. 태어난 지 7개월 반 만에 일본 다카라즈카 시 패밀리랜드 동물원으로 입양됐다. ‘사쿠라’라는 이름도 그때 붙여진 것. 2003년 일본 동물원이 문을 닫으면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왔다.

재일한국인 3세로 동물에 관한 어린이책을 써 온 저자는 사쿠라가 ‘한국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자료를 찾다가 조선 태종 때와 일제강점기 사쿠라처럼 일본에서 한국으로 간 코끼리가 있으며 그 두 마리가 행복하지 않은 날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쿠라도 그 코끼리처럼 되면 어쩌나 싶은 저자의 불안한 심정이 평이하면서도 담백한 문체에 녹아 있다. 조선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에 유년 시절 왕따를 당했던 저자가 ‘사쿠라가 한국에서 잘 지낼까?’ ‘사랑받고 있을까?’ 하고 궁금해 하는 부분에선 마음이 애틋해진다.

‘사쿠라’가 일본의 상징이라고 해서 이름마저 바뀐 건 아닌지, 낯선 환경에서 제대로 적응하는지 등 걱정스러운 마음은 사쿠라를 취재하면서 눈 녹듯 사라진다. 기세 좋게 먹이를 먹고, 관람객에게 다리를 들어 보이고, 아프리카코끼리 ‘리카’와 서로 코를 감으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연하남 ‘리카’에게 마음을 빼앗겨 짝으로 붙여준 수컷아시아코끼리한테는 눈도 안 돌리는 장면은 안타까우면서도 웃음이 난다.

책에는 도서관에서 자료를 뒤지고 사람들을 두루 만난 과정이 꼼꼼하게 묘사된다. ‘발로 쓴 기록’으로 부를 만하다. 땀 맺힌 책을 통해 “아이들과 동물에게는 국경이 없다”는 저자의 신념도 생생하게 전달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