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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武不二… 무술 삼매에 빠지다

입력 | 2007-08-09 03:02:00

스페인에서 온 청년들이 6일 경북 경주 골굴사 경내 선무도대학에서 심신과 호흡의 일치를 강조하는 선무도 수행법을 익히고 있다. 경주=윤영찬 기자


■ 함월산 골굴사 외국인 선무도 체험 현장

경북 경주 시내에서 동해 감포로 고개 하나 넘어가니 함월산 기슭의 골굴사가 있다. 인골처럼 여러 개의 석굴이 뚫려 있다 해서 붙여진 골굴사. 선무도(禪武道)의 본산인 이곳은 요즘 동양적 선(禪)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의 방문으로 북적인다.

6일 오전 멀리 스페인에서 날아온 벽안의 청년 42명이 줄을 맞춰 열심히 선무도의 기본자세를 배우고 있다. 스페인은 미국 다음으로 한국의 태권도 사범이 많이 나가 있다. 이들을 이끌고 온 이석재(57) 사범은 “투우와 플라멩코로 상징되는 정열적 기질이 우리의 정서와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한다.

지난해 이곳의 템플스테이를 거쳐 간 사람은 모두 2만3800명, 그중 외국인은 2000여 명이다. 골굴사는 전국에 40여 개 선무도 지원을 두고 있고 미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프랑스에도 지원이 있다.

죽비소리가 울릴 때마다 엉거주춤한 기마자세로 양손을 안으로 접어 기를 모으고, 합장하듯 손바닥을 붙여 하늘을 찌르고, 날아올라 두 발을 뻗어 허공을 가른다. 태권도를 배운 무도인들이지만 정중동의 조화를 중시하고, 몸과 마음과 호흡을 일치시키는 선무도의 기본자세는 어렵기만 하다.

선무도는 흔히 ‘불교 무술’로 알려져 있지만 불가에서 2500여 년간 면면히 이어져 온 전통적인 수행법이다. 정(靜)과 동(動)의 동작 하나하나가 따로 구분이 없이 물 흐르듯 합일한다.

이 소우주에 주관과 객관, 강(剛)과 유(柔), 나와 남의 구분이 없으며, 거기서 선의 궁극적 지향점인 삼매(三昧)와 깨달음의 단계에 이른다.

“선무도는 움직이는 선의 물결입니다. 외부의 상대를 향해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나를 찾아 가는 과정이지요.” 8년 동안 선무도를 수련했다는 선정 사범의 말이다.

흐르는 땀을 닦고 참가자들이 선무도 시연을 관람하는 시간. 고요한 음악소리와 함께 사범 3명이 유연한 몸짓으로 좌관과 입관, 행관으로 이어지는 선무도의 세 단계를 선보인다. 춤인 듯, 태껸인 듯, 요가인 듯…. 숨죽이고 지켜보는 외국인들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온다.

곧이어 다도(茶道) 시간. 23년간 선무도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 온 주지 적운 스님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외국인들에겐 선무도보다 불교적인 삶, 스님의 길이 더 관심인 듯하다. “왜 여자 스님은 없습니까?” “그들이 사는 절은 따로 있습니다.” “왜 스님이 되셨습니까?” “허허허,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적운 스님은 벽안의 외국인들에게 “모든 진리는 불교든 기독교든 이슬람이든 모두 하나”라며 “종교를 내세워 전쟁을 하는 것은 옳은 신앙행위가 아니며 불교의 교리는 인류가 함께 상생하고 화합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경주=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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