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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양손투수vs양손타자…프로서 만난다면

입력 | 2007-07-03 03:02:00


‘악바리’ 박정태 롯데 코치는 현역 시절 독특한 타격 폼으로 유명했다. 왼발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중심을 잡고, 오른손을 배트에 붙였다 뗐다 하면서 타이밍을 잡았다. 당시 부산 지역의 어린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박정태의 타격폼을 흉내 내며 즐거워했다.

1999년 가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선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회 첫날 중국과의 경기였다. 3회 2사 만루에서 박정태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마운드에 선 왕잔펑이 박정태의 ‘건들’ 타격 폼을 보고는 웃음을 터뜨리는 게 아닌가. 불끈한 박정태는 만루 홈런을 쳐내며 복수를 했다. 경기 후 그는 “누가 누굴 보고 웃는 거야”라고 말했다. 왕잔펑은 지금도 드물고 당시에는 더욱 보기 힘들었던 왼손 사이드암 투수였다.

요즘 동대문구장에는 제6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한창이다. 출전 선수 중에는 앞으로 더욱 흥미로운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재목이 여럿 된다.

휘문고 1학년 장영빈은 세계적으로 찾기 힘든 ‘양손 투수(스위치 피처)’에 도전하고 있다. 왕년의 OB 에이스 장호연 씨의 아들인 장영빈은 요즘 하루씩 번갈아 가며 오른손 피칭과 왼손 피칭을 연마하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130km대 초반, 왼손으론 120km대 후반의 직구를 뿌린다.

제물포고 3학년 유익표는 더욱 신기한 ‘양손양타’ 외야수다. 원래 ‘우투좌타’ 선수였던 그는 1학년 때 오른어깨를 다치자 왼쪽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해 ‘좌투우타’ 선수로 변신했다. 3학년인 요즘은 공은 왼손으로 던지고 타석엔 좌우를 번갈아 가며 들어선다. 오른어깨가 좋아진다면 유익표는 양손으로 던지고, 양쪽으로 모두 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몇 년 후 프로 무대에서 투수 장영빈과 타자 유익표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현행 야구규칙상 양손 타자는 1구마다 타석을 바꿀 수 있지만 양손 투수에 대한 조항은 아예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조항이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