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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프랑스적 감성으로 푼 팍팍한 ‘인생 방정식’

입력 | 2007-06-30 03:00:00


◇엄마 집에서 보낸 사흘/프랑수아 베예르강스 지음 ·양영란 옮김/236쪽·9000원·민음사

◇어떤 약속/소르주 살랑동 지음·김민정 옮김/256쪽·9500원·아고라

프랑스의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두 권이 나왔다.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니 묵직한 주제의식은 보장받은 셈. 작가들의 개성이 프랑스문학 특유의 감성과 어우러져 저마다 읽는 맛이 다르다.

2005년 공쿠르상 수상작인 ‘엄마 집에서 보낸 사흘’. 쉰이 넘었는데 마마보이 같은 작가 프랑수아가 주인공이다. 한때는 잘나갔지만 최근 몇 년간 통 소설을 못 쓰는 이 작가에겐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게 스트레스다. 출판사의 독촉, 아내의 바가지, 애인들의 하소연…. 이 남자의 선택은 ‘엄마 집’에서 소설을 써 보는 것.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임이 분명한 데다 소설 속 소설 쓰는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다시 소설 쓰는 작가를 등장시키는 등 복잡한 심리 상태에 딱 들어맞는 형식으로 소설을 풀어 간다. 자꾸만 빗나가는 이야기에 어리둥절하다가도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앞뒤가 꽉 막힌 인생의 한 순간에 공감하게 된다.

지난해 메디치상 수상작 ‘어떤 약속’의 등장인물은 그야말로 소시민들이다. 술주정뱅이, 막노동꾼, 카페 주인…. 돈 없고 별다른 재주도 없는 등장인물 7명에게는 그러나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저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바람의 집’이라는 곳에 들러 벽시계 태엽을 감고 이불 홑청을 가는 등 ‘일상적인’ 일을 하는 것. 이 ‘바람의 집’에는 한 부부에 대해 7명이 공유하는 추억이 있다. ‘바람의 집’에서의 성스러운 일상적 행위를 통해 그 추억을 항상 되새기면서, 삶에 대한 희망과 긍정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분하게 전개된다. 사는 것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때가 있다 해도, 인생은 항상 저마다 각별한 의미를 갖는 것임을 소설은 보여 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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