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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어둠속 나를 반긴 건 재규어뿐이었다”… ‘정글’

입력 | 2007-06-23 03:01:00

아마존 정글 아폴로에서 여행을 시작한 일행은 아스리아마스에서 갈라졌고 요시는 강을 따라 말 파소 부근까지 20여 일간 생존을 위한 사투의 여정을 이어간다.


◇ 정글/요시 긴스버그 지음·조은경 옮김/323쪽·1만원·가람북

‘양철깡통과 숟가락을 준비했다. 밤에 야생동물이 내게 접근하면 요란한 소리를 내어 놀라 도망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내가 가진 전부였다.’

정글 생활 10일째, 방황에 지치고 구출만을 기다리던 이스라엘인 요시가 남긴 기록이다. 모칠레로(배낭여행자)였던 요시, 케빈, 마르커스. 1980년대 초반 볼리비아에서 우연히 만난 세 남자는 남미 아마존으로 정글 탐험을 떠났다. 한 달 후 돌아온 것은 두 명뿐. 그것도 따로따로….

지금도 그렇지만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1980년대 아마존 일대는 젊은이들에게 모험과 낭만을 꿈꾸게 하는 미지의 세계였다.

그러나 세 남자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환상과 낭만의 탐험만은 아니었다. 가이드인 칼의 잦은 말 바꾸기와 정글에서의 방황이 지속되고 이들은 자신의 욕망과 생존을 위해 동료를 속이고 패를 가른다. 내분이 악화되면서 칼과 마르커스는 되돌아가기로, 케빈과 요시는 뗏목으로 여행을 지속하기로 한다. 그러나 탐험 초보자였던 요시와 케빈은 급류에 휩쓸리며 헤어지고 본격적인 재난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청바지까지 갉아먹고 살 속으로 파고드는 불개미들의 역습, 젖은 옷을 입고 너무 걸어 허물이 벗겨진 허벅지, 발진으로 벌겋게 속살이 드러난 발과 피고름이 엉겨 붙은 발가락, 재규어 같은 맹수들의 울부짖는 소리와 위협으로 잠들기조차 어려운 정글의 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폭우… 지금껏 상상도 못한 환경에 처한 요시는 양철깡통과 숟가락을 의지해 재규어를 쫓고, 추운 밤을 버티기 위해 누운 채로 오줌을 누어 몸을 녹이는 등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조난 20일 만에 케빈의 구조대에 의해 구출된 요시를 기다리는 소식은 먼저 되돌아간 칼과 마르커스의 행방불명. 더구나 칼은 오스트리아를 탈출한 급진 좌파 망명자로 밝혀진다. 지명수배자인 그가 이전에도 여행자를 상대로 사기를 쳐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요시와 케빈은 친구 마르커스를 위해 구조대를 조직하지만 두 사람은 끝내 발견되지 않는다.

20년 전 생존자 요시의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 된 이 책은 아마존 정글에서 생존 게임을 벌이는 네 사람의 심리묘사를 너무나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독자들에게 마치 정글로 뒤덮인 아마존의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시원함과 스릴을 선사한다. 덤으로, 개발을 통한 문명화에 접근하고 있던 인디오들의 삶의 변화와 비문명화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사금 채취에 몰입하는 서구 청년들의 모순된 이상적 모험심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힌다.

정글에서의 사투는 한 청년의 삶을 바꾸었다. 조난과 구출을 통해 아마존의 생태계와 악화되는 인디오들의 삶을 알게 된 요시는 자신의 재산을 헌납해 ‘찰라란 프로젝트’를 결성하고 인디오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과 아마존의 자연보호 등에 헌신한다.

기록은 싸움에서 이긴 자의 훈장이라고 한다. 행방불명된 칼과 마르커스가 ‘사기꾼’과 ‘소심맨’으로, 여행 내내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묘사돼 있지만 왠지 찜찜한 면이 있다. 추측이지만 처절한 내분과 사투 끝에 살아남은 자가 남긴 기록에는 과연 두 달간의 모든 진실이 담겨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이후 여생을 바친 요시의 봉사활동은 혼자 보내 버린 친구 마르커스에 대한 죄책감을 떨치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원제 ‘Jungle, A Harrowing True Story of Survival’(2005년)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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