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캠프에 제보된 동영상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 관계자들이 10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김경준 BBK 대표가 화면에 함께 등장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이날 오전 박 전 대표 캠프에 제보된 이 동영상은 2000년 11월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화면 오른쪽)이 MBC 기자 시절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은 6월 한 달간 사활을 건 검증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측은 “역풍을 맞더라도 이 전 시장의 도덕성을 하나씩 검증해 나가겠다”며 결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집권세력과 박근혜 캠프의 이명박 죽이기 플랜”이라며 일전 불사 태도로 맞서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10일에도 이 전 시장의 ‘BBK 연루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검증 공세를 이어 갔다.
▽박 캠프 “국가지도자 도덕성 따지자”=박 전 대표 캠프 이정현 공보특보는 “(이 전 시장 측이)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있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국민적 의혹이 사실인지 밝혀 국가 지도자로서의 도덕성을 따져 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상찬 공보특보는 논평에서 “가혹한 여권의 검증에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면 애초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날 “김경준 씨가 투자 사기에 이용한 자산관리회사 BBK와 관련이 없다는 이 전 시장의 해명과 달리 이들의 관련성을 입증할 동영상 자료를 제보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당 국민검증위원회에도 이 자료가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 여부는 캠프에서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또 이 전 시장의 큰형인 이상은(74) 씨와 처남인 김재정(59) 씨가 주식 대부분을 갖고 있는 자동차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시장이라는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는 태도다.
이 전 시장이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였던 1987년 설립돼 현대자동차에 납품해 온 이 회사에 당시 39세인 김 씨 등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 투자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래야 다스가 BBK에 190억 원을 투자한 경위도 밝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이 같은 검증 공세는 박 전 대표가 주도하는 게 아니고 언론과 제3자가 제기한 의혹을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거리 두기’를 한다는 전략이다.
▽이 캠프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라”=이 전 시장 캠프 장광근 대변인은 ‘박 전 대표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박 전 대표 주변의 모습에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주변 의원들이 총동원돼 ‘카더라’식 의혹을 제기해 증폭시킨 후 뒤로 빠지는 식의 구태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원칙’은 필요에 따라 변하는 ‘카멜레온 원칙’이라는 세간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전 시장의 측근인 김백준 전 서울지하철공사 감사는 2002년 자신이 이 전 시장을 대신해 BBK 김경준 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 변호사에게 서한을 보냈다는 보도에 대해 “이 전 시장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다. 그 정도는 내가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은 “김경준 씨에게 피해를 본 이 전 시장의 소송을 준비하던 김 감사가 BBK에 투자했다 돈을 떼이게 된 다스의 요청을 받아 미국으로 도피한 김 씨의 소재 파악을 위해 편지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 측이 확보했다는 제보 동영상에 대해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인터뷰는 이 전 시장과 김경준 씨가 회사를 공동 설립하기 위해 자주 만났던 시기에 이뤄진 것”이라며 “이 전 시장이 BBK 사무실을 자주 오고간 것으로 아는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집권 세력이 이명박 죽이기 플랜을 제조하고 박 전 대표 캠프에서 이를 공급해 측근 핵심 의원들이 적극 유통시키고 있다”며 박 전 대표 캠프와 범여권 간의 암묵적인 커넥션 의혹을 주장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