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서 납치된 대우건설 임직원 3명을 석방시키기 위한 2차 협상이 한국 시간으로 4일 오후 시작됐다. 이번 협상은 전날 현지 리버스 주(州)정부와 납치세력 간 대면 형태의 첫 협상에 이은 본협상으로 납치세력은 2차 협상에서 석방조건 등에 대한 구체적 요구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2차 협상 돌입
외교부와 대우건설에 따르면 한국 시간 4일 오후 7시 20분(현지 시간 오전 11시 20분)부터 리버스 주정부와 무장단체가 2차 협상에 돌입했다. 리버스 주는 대우건설 임직원이 납치된 공사 현장이 있는 아팜 지역이 속한 곳이다.
이번 협상은 전날 1차 협상이 있었던 곳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전날 협상에서 무장단체가 개략적으로 제시한 석방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은 한국 시간으로 5일 0시 현재 진행 중이며 구체적 결과는 이날 오전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무장단체는 지난해 6월과 올해 1월 대우건설 근로자 1, 2차 납치 때의 조직과는 달리 ‘몸값’보다는 정치적 요구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은 직접 협상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주정부를 통해 피랍자들의 안전 여부와 협상 진행 상황을 전달받고 있다.
대우건설은 “주정부 대표단과 무장단체는 전날 9시간 동안 만났지만 본격적인 협상이라기보다는 인질들의 신상을 파악하는 수준이었다”며 “피랍 임직원들은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협상의 성격상 무장단체의 정체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지역에 영향력이 있는 정치 지도자 중 한 사람과 관련된 조직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이지리아 최대 군벌(軍閥)인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은 자신들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 대우건설 “아직까지는 낙관적”
대우건설 측은 지난해 6월과 올해 1월 나이지리아 현장 근로자들이 납치됐을 때도 각각 2일, 3일 만에 풀려난 바 있어 이번에도 피랍자들이 빨리 석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3차례의 납치 사건에 공통점이 많은 데다 협상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조기 석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의 피랍과 이번 피랍에는 공통점이 적지 않다.
1월에도 피랍자 중 한 명이 대우건설에 전화해 “한국인들이 모두 안전하다”고 알린 뒤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또 대우건설이 현지에 구축해 놓은 민간 네트워크를 통해 납치범들의 행방을 사건 당일 확인했으며 주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장단체가 몸값 대신 정치적 요구를 강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이 길어질 개연성도 있다. 또 과거와는 달리 피랍 과정에서 사상자가 생겼다는 점도 변수다.
그러나 대우건설 측은 “아직까지는 상황이 낙관적이며 피랍 임직원들의 조기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이달 중순 나이지리아에 건교관을 파견해 한국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를 직접 챙기기로 했다. 초대 건교관에는 건설선진화본부의 이성해 연구개발총괄팀장(서기관)이 결정됐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