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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 한방]소음인에게 녹즙은 ‘독즙’?

입력 | 2007-04-16 03:03:00


그녀는 오늘 아침에도 돌미나리를 다듬었다고 했다. 두어 달 전 돌미나리가 간암에 좋다는 글을 읽은 뒤 간경화를 앓고 있는 남편을 위해 매일 아침 생돌미나리를 갈아 즙을 내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녹즙은 만들자마자 마셔야 효과가 좋다고 하니 아침에 아무리 바쁘더라도 생즙을 내야 했다. 정성껏 만들어 먹였지만 남편의 대변 상태가 좋지 않았다. 돌미나리 생즙을 마시기 시작한 다음 날부터 계속 설사를 하고 피로감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이 주부는 남편과 함께 상담하러 찾아왔다.

진찰을 해 보니 남편은 녹즙이 잘 맞지 않는 소음인 체질에다 많이 마른 체형이었다. 녹즙을 마신 뒤부터 체중이 2kg가량 줄어들었다고 했다. 소음인에게는 녹즙이 도리어 간 기능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돌미나리 자체에는 간의 기능을 증진시켜 주는 성분이 들어있지만 소음인이나 대장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날것을 먹기보다는 말려서 차처럼 끓여 마시는 것이 좋다.

굳이 녹즙 상태로 마시고 싶다면 돌미나리의 냉기를 완화해 주고 흡수를 도와주는 시금치나 당근을 섞어서 즙을 내 마셔야 한다. 녹즙이건 한약이건 한 가지만 먹기보다는 같이 어우러져서 효과를 증진시켜 주는 상생작용을 도모해야 한다.

녹즙에 쓰는 야채도 토종은 토종끼리, 외래는 외래끼리 조합을 이루는 것이 좋다.

토속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무, 상추, 양파, 홍당무, 마, 쑥, 오이, 솔잎이 좋고 고기와 서양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샐러리, 양배추, 케일, 컴프리, 알로에 등이 좋다는 이야기다. 또 열이 많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색이 파랗고 쓴맛이 나는 야채, 찬 체질의 사람은 노랗거나 붉은색의 매운맛 나는 야채가 몸에 맞는다. 순환이 잘 안되는 사람은 향이 짙은 야채, 예민한 사람은 단맛이 나는 야채가 좋고 쉽게 지치고 갈증이 잘 나는 사람은 신맛의 야채를 권할 만하다.

녹즙은 생야채를 먹는 것보다 흡수율이 3배 정도 더 좋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그러나 소화가 잘 안되는 사람은 반드시 식후 2∼3시간 이후에 먹는 것이 좋다. 녹즙이 잘 소화되지 않는 사람은 양파와 배를 넉넉하게 넣고 즙을 내서 마셔야 한다. 녹즙에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되면 생강차를 수시로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간염이나 간경변증,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녹즙을 먹더라도 수시로 몸 상태를 체크해 봐야 한다. 녹즙이 기능 회복을 도와주지만 치료약은 아니기 때문이다.

윤영석 춘원당 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