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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16년 ‘버드맨’ 스트라우드, 독방 수감

입력 | 2007-03-26 02:56:00


알코올 의존증 아버지의 구타를 못 이기고 가출해 탄광 등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유랑 생활, 살인 혐의로 교도소 수감….

로버트 스트라우드의 유년 시절은 절망의 연속이었다.

난폭하고 무뚝뚝한 성격인 그는 감옥 안에서도 교도관들과 자주 마찰을 빚었다.

1916년 3월 26일 스트라우드는 한 교도관이 자신을 찾아온 동생과의 면회를 허락하지 않자 다툼 끝에 그를 찔러 죽이고 독방에 수감됐다.

또 한 번의 살인 행각에 법원은 더는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하지만 “제발 사형만은 면하게 해 달라”는 어머니의 눈물겨운 호소로 결국 교수형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됐다.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처지가 된 스트라우드. 비록 목숨은 부지하게 됐지만 그의 삶은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스트라우드는 교도소 운동장에서 병든 참새 세 마리를 우연히 발견하고 이들을 방 안에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지푸라기를 모아 임시로 둥지를 만들고 감방에 기어 다니는 벌레를 잡아 먹이로 주면서 열성으로 보살폈다. 그에게 새들은 희망 없는 삶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스트라우드의 독방은 어느새 작은 동물원으로 바뀌었다. 그가 기르는 새는 순식간에 200여 마리로 불었다. 새들이 병에 걸리면 교도소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밤새워 읽어 가며 치료법을 찾았고 각종 약품을 교도소 내로 들여와 실험에 몰두했다.

10여 년간의 피눈물 나는 연구결과를 모아 그는 1933년 새의 질병 치료에 관한 책을 발간했다. 자연스럽게 스트라우드의 인생 역정도 세상에 알려졌고 사람들은 이 조류학자가 초등학교도 못 나온 장기수(長期囚)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학자로서의 명성을 쌓았지만 그의 몸은 평생을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세상 밖에 나오면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차례 사면을 청원했지만 거절당했고, 오히려 악명 높은 미국 서부 해안의 앨커트래즈 감옥으로 이송되는 불운을 겪었다.

1963년 사망할 때까지 그가 감옥에서 보낸 기간은 무려 54년. 하지만 이런 현실에 포기하지 않은 그의 삶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줬다.

이 기막힌 스토리는 1962년 미국에서 영화로도 제작됐다. ‘버드맨(Birdman) 오브 앨커트래즈’라는 제목은 그대로 그의 별명이 됐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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