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 마지막 날인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의 기자회견장에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가 찾아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마지막 본협상인 제8차 협상이 12일 막을 내렸다.
양국 협상단은 이날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의 국책은행을 FTA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이달 말 전체 협상을 최종 타결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김종훈 한국 측 협상단 수석대표는 이날 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실무협상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최종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보다 먼저 회견을 끝냈던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도 다시 회견장을 찾아 김 대표와 악수하며 “전반적으로 협상이 진전을 이뤘다”며 환하게 웃었다.
○ 한 발씩 양보해 ‘가지치기’
양국은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FTA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FTA 발효 이후 2년 안에 금융 정보의 해외 이전을 허용키로 했다. 한국씨티은행 등 국내에서 영업하는 미국 금융회사가 고객 정보를 일정 요건 아래 미국 본사로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외환위기 시 송금을 제한하는 ‘일시 세이프가드’ 등은 고위급회담으로 넘기기로 했다.
투자 분야에서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대상에서 부동산 및 조세정책에 따른 피해는 제외한다는 원칙에 대해 공감했다.
또 무역구제 분야는 반(反)덤핑 제소에 대비해 무역구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하는 선에서, 의약품 분야는 미국이 기존의 요구안을 다소 완화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이번 협상까지 전체 19개 분과, 20개 분야 중 경쟁 정부조달 통관 등 3개 분야에서 완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또 나머지 분야도 사실상 타결하거나 ‘중대한 진전’을 이뤄냈으며 농업 자동차 섬유 등 4, 5개 분야 정도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 이달 말까지 일괄 타결 목표
양국은 마무리되지 않은 쟁점들을 패키지(묶음)로 만들어 19일부터 열릴 고위급회담에서 일괄 타결할 방침이다.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 만료에 따른 협상 시한인 이달 말까지 농업·섬유 분야 고위급회담, 수석대표급회담, 통상장관급회담 등이 동시다발로 열린다.
특히 그동안 거의 속도를 내지 못했던 농업, 자동차 등의 분야가 고위급회담에서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 분야에서 미국은 쌀, 쇠고기 시장까지 포함해 ‘예외 없는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자동차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에 관세(2.5%)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으나 미국은 수용하지 않고 있어 민감한 몇 가지 핵심쟁점에서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을지가 마지막 변수다.
김 대표는 “산이 정상에 가까울수록 날씨의 변덕이 심한 경우가 있다”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