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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根深葉茂

입력 | 2007-03-12 02:59:00


무슨 일을 하든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작 기초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은 한 권의 책만 열 번 정도 풀어볼 필요가 있다. 전체를 풀기 힘들면 쉬운 부분, 예를 들어 예제 부분만 열 번 정도 풀어 보아도 된다. 같은 문제를 왜 또 풀어야 하느냐고 이상하게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수학 시험지를 보면 대부분은 이미 풀어본 문제가 아니던가? 그러나 대개는 이미 풀어본 그 문제를 틀리는 것이다. 같은 문제를 열 번 정도 풀어보면 그 문제에는 자신이 생긴다. 그리고 이를 응용한 문제도 틀리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수학에 대한 흥미도 갖게 된다. 왜 그럴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초가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根深葉茂(근심엽무)’라는 말이 있다. ‘根’은 ‘뿌리’라는 뜻이다. ‘根本(근본)’은 ‘뿌리와 뿌리’, 즉 ‘뿌리’라는 뜻이고, ‘根性(근성)’은 ‘뿌리같이 깊게 박힌 성질’이라는 말이다. ‘深’은 ‘깊다’는 뜻이다. ‘深淵(심연)’은 ‘깊은 연못’이라는 말이고, ‘深思熟考(심사숙고)’는 ‘깊이 생각하고, 익을 만큼 생각하다’라는 말이다. ‘熟’은 ‘익다’, ‘思, 考’는 모두 ‘생각하다’는 뜻이다. ‘葉’은 ‘잎사귀’라는 뜻이다. ‘葉書(엽서)’는 ‘나뭇잎처럼 작은 종이에 쓴 편지’라는 말이다. ‘잎사귀’는 가지 끝에 무리 지어 매달리므로 ‘끝, 갈래’라는 뜻도 생겨났으며, 이로부터 ‘세대, 시대’라는 뜻도 생겨났다. ‘初葉(초엽)’은 ‘처음 시대’이며, ‘末葉(말엽)’은 ‘마지막 시대’라는 말이다. ‘茂’는 ‘우거지다’라는 뜻이다. ‘茂盛(무성)’은 ‘우거져서 가득 차다’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합치면 ‘根深葉茂’는 ‘뿌리가 깊으면 잎이 무성하다’라는 말이 된다. 기초가 튼튼하면 나머지 일은 잘 이루어진다. 그러나 기초를 튼튼하게 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서두르기 때문이다. 어떤 서두름은 가장 빠른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느리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