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북한에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무기 제조 원료에는 천연우라늄을 농축한 HEU와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추출한 플루토늄이 있는데 북한은 두 가지 원료를 모두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HEU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하고 있어 이 문제 때문에 13일 6자회담에서 타결된 ‘9·19공동성명 초기 이행조치 합의’ 이행이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6자회담 타결 직후 “북한이 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을 방문 중인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HEU 문제가 (6자회담) 협상의 결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HEU 및 이와 연관된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면 ‘9·19공동성명 초기 이행조치 합의’에 따라 4월 13일까지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핵 프로그램 신고 목록을 논의할 때 HEU 및 관련 시설도 신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국정원은 이날 “6자회담 합의에서 HEU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원들은 전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HEU와 핵무기도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근 “지난 6자회담에서 북한은 HEU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지만 거기에 대한 모든 의혹을 다 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국정원은 “북한이 2005년 9월 미국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북한 계좌 동결 조치 이후 금융거래를 국제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지난해 10월 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政令)으로 ‘자금세척방지법’을 채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