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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서 거짓말해요… 구형 약하게 할게”

입력 | 2007-02-07 02:56:00

고개숙인 검찰제이유그룹 로비 의혹 사건 수사 검사의 피의자 거짓 진술 요구 파문과 관련해 선우영 서울동부지검장이 6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동부지검이 제이유그룹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6일에는 수사 협조를 대가로 협상을 벌인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추가로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5, 6일 이틀 동안 공개된 녹취 내용은 서울동부지검 백모 검사가 제이유 전직 간부 김모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 내용의 일부다.

KBS가 보도한 녹취 내용에는 백 검사가 지난해 9월 22일 김 씨를 조사하며 거짓 자백을 요구하고, 그 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을 거듭한 정황이 나타나 있다. 이어 수사팀의 다른 검사들도 김 씨에게 기소할 혐의 내용을 가볍게 해주는 것을 대가로 진술을 요구하는 협상을 벌인 정황도 드러났다.

다음은 공개된 녹취록의 주요 내용.

검사=내가 시키는 대로 해 주겠어요? 도와줘, 깨끗하게….

김 씨=상대방이 위증을 증명하면 어떻게 됩니까.

검사=입증할 방법이 없잖아요.

김 씨=거짓말하라고요?

검사=거짓말하고 법원에 가서도 거짓말하세요.

김 씨=시간을 주세요.

검사=해도 너무 하네. 그렇게까지 도와달라고 이야기하면 본인이 알아들어야지.

김 씨=도와준다는 게 제가 거짓말을 해서. 어떻게 도와드립니까. 그래서 제가 그 부분까지도 협조했잖아요.

검사=그것 가지고 안 돼.

김 씨=그거 가지고 안 된다고 저를 집어넣는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검사=인정하지 않으면 안 돼.

김 씨=그건 옳은 방법이 아니에요. 검사님.

검사=그러니까 나 되게 괴로운데 옳은 방법을 알려 주세요. 인정 못하는 게 아니야. 내가 손해 보는 장사지, 김 씨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야. 내가 강○○를 잡겠다고 요청하는 거지.

김 씨=구형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검사=한 2년?

김 씨=그런 게 약한 거예요?

검사=2년이면 약한 거예요, 그거. 집행유예해 달라고 1년만 할까요? 이걸 한다면 최하가 1년이에요. 핵심이 아닌 것 가지고 차라리 처벌받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김 씨는 여러 가지 의혹이 많기 때문에.

김 씨=그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한….

검사=그런 게 다 100% 빠진다고 보장하기 힘들어요. 아무리 L 검사와의 약속, H 검사와의 약속이 있어도 힘들다고. 오히려 이거 하나, 가벼운 거 하나 기소되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어.

김 씨=그 다음 것이 보장이 안 되잖습니까?

검사=그 다음 것은 보장해 줄게. 나도 이제 약속할게. 난 여태까지 약속한 것 없잖아. 나를 당신 편으로 만들려면 이것 하나 협조하란 말이야. 좀 더 강하게 압박을 해야 불겠구먼. 응? 말로 해선 잘 안 들어. 수사 어렵다. 수사 어려워. 휴.

검사=나는 잘못 건드리면 주수도 편에 붙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에요.

김 씨=주수도 편에 붙으시면 앞으로도 안 됩니다.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검사=그러니까 이것 사인하고 가!

(그러나 김 씨는 검사가 작성한 신문 조서에 서명을 거부했다.)

검사=괜히 무슨 뭐 검사가 진술을 강요했네, 그런 소리 하면 안 돼. 서로 비밀에 관해선 지킬 건 지켜 가면서 그렇게 하자고.

녹취록에 드러난 것처럼 당시 백 검사가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것은 의혹이 집중된 로비의 연결고리를 밝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백 검사가 김 씨에게서 받아내려고 했던 진술은 이재순(49) 전 대통령사정비서관과 제이유 납품업자인 강모(47·여) 씨의 돈거래에 관한 것이었다.

강 씨를 제이유 측의 정관계 로비스트로 지목했던 백 검사는 공모 혐의가 약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강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김 씨에게 강 씨가 이 전 비서관으로부터 1억여 원짜리 오피스텔을 사들인 것이 비정상적인 돈거래임을 검찰과 법정에서 진술하도록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백 검사는 “김 씨가 깨끗하게 희생타를 날려 같이 기소되면서 증언을 해 주면 나로서는 깔끔하다”며 “강 씨도 잡고 이 비서관도 잡고. 이 비서관은 형사처벌까지 가지 않아도 옷만 벗기면 돼”라고 말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이 전 비서관의 연루설에 초점을 맞춰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상당한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 초기 정상명 검찰총장이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사기 사건’이라고 규정했던 제이유와 관련된 로비 의혹은 지난해 12월 말 이 전 비서관 등 고위 공직자 3명이 무혐의 처리되면서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한편 백 검사는 1999년부터 6년간 판사로 근무하다 2005년 검사로 전직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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