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실패한 이천수와 소속 구단인 울산 현대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이천수를 임대 선수로 영입할 뜻을 밝혔던 프리미어리그 위건 애슬레틱은 25일 ‘완전 이적’을 요구하는 울산에 “협상을 더 진행할 뜻이 없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위건은 임대 선수로 이천수를 테스트하고 검증이 되면 완전 이적시키겠다고 했었다.
사실 위건으로선 당연한 선택이다. 검증된 선수를 영입해야 팬을 모을 수 있고 상품 가치를 높여 비싸게 이적시켜야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계는 선수에 대한 평가가 엄격하다. 빌려 쓰면서 선수의 능력을 철저하게 살펴본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토트넘 홋스퍼), 설기현(레딩 FC)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네덜란드 리그에서, 설기현은 벨기에 리그와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뛰면서 유럽 축구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브라질 출신 슈퍼스타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뛰었다. 57경기에서 55골이나 넣어 능력을 인정받은 뒤에야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했고 월드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뒤 한국 축구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유럽의 축구 관계자들은 아직도 한국 선수들의 실력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런데도 국내 축구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은 “우리 수준은 유럽 프로축구 톱클래스”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프랑스에서 축구 에이전트를 하고 있는 김정하 씨는 “프랑스나 네덜란드 구단은 한국 선수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빅리그 진출만을 노린다”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한국의 스타플레이어도 유럽의 빅리그에서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미와 아프리카에 실력 좋고 몸값이 싼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등 유럽의 중간급 리그에서 뛰면서 검증받고 빅리그로 진출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제2의 박지성’ ‘제2의 이영표’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선수와 구단 모두 눈높이를 낮추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