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중앙정보부(중정)가 발표한 '이수근 간첩 조작의혹사건'은 조작이었다는 결정이 나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 이수근 씨가 위장귀순 후 국가 기밀을 북에 누설하고 한국을 탈출한 혐의로 처형된 사건이 중정에 의해 조작됐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중정이 수사 과정에서 이 씨를 불법감금하고 자백에 의존한 무리한 기소와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한 것에 대해 피해자들과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이 사건은 이수근 씨의 자백에 의존했는데 변호사나 가족 면회가 금지된 상태에서 자백과 부인이 반복된 점 등에 비춰 중정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 자백을 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중정 직원들도 이 씨가 간첩이 아니라고 증언하고 있고 간첩에게 필수적인 난수표, 암호명도 없었으며 중정 직원들의 감시를 받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외부활동을 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간첩활동을 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
위원회는 "중정이 이 씨의 귀순을 체제우위의 상징으로 선전했으나 이후 이 씨가 중정의 지나친 감시와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탈출해 궁지에 몰리자 위장간첩으로 조작해 처형했다"며 "당시 남북한 체제 경쟁으로 개인의 생명권이 박탈당한 대표적인 비인도적·반민주적 인권유린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 씨와 함께 한국을 탈출했던 처조카 배모(69) 씨는 간첩방조 혐의로 20년 간 복역했으며 2005년 법원에 이 사건의 재심을 청구해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자 김일성 당시 주석의 수행기자 출신인 이 씨는 1967년 3월 판문점을 통해 귀순해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으며, 대학교수와 결혼하고 중정 판단관으로 채용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 씨는 1969년 1월 위조여권으로 한국을 탈출했다가 4일 만에 베트남에서 중정직원에게 체포됐으며 위장 귀순한 이중간첩이라는 혐의로 그해 7월 사형당했다. 2003년에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이중간첩'이 개봉되기도 했다.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