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의 끔찍한 결말을 다룬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본’.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양 중세에는 콧대가 휜 여성이 많았다. 대부분 남편에게 맞아서 그렇게 되었단다. 우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은 패야 한다’라는 끔찍한 ‘속담(?)’은 아내에 대한 폭력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인기 연예인 부부가 폭력 사건으로 이주일 만에 이혼했단다. 폭행의 흔적이 적나라한 얼굴로 초췌하게 누워 있는 여배우의 모습이 공개된 후, 한동안 인터넷은 가해자에 대한 비난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생활이 쉽게 노출되는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성실하고 밝은 젊은이로 기억될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가정 폭력을 심각한 ‘범죄’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이런 폭행이 벌어지도록 부추겼다고 할 만하다.
가정 내 폭력은 대개 ‘애증(愛憎)’이 얽혀 있는 탓에 해결이 어렵다. 애증은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미워하는 감정이다. 폭력이 일어난 후 거의 빠지지 않는 다음 수순은 때린 자의 사과와 화해다. “사랑한다”는 말도 빠지지 않는다. 사실, 때린 자의 이런 행동들은 결코 위선이 아니다. 먼 친구의 큰 잘못보다는 가까운 벗의 사소한 모욕이 마음에 더 사무치는 법이다.
가족은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줄 듯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나아가, ‘한가족’이라는 연대감은 주먹을 내지른 후에도 자신이 쉽게 용서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남들에게 더 쉽게 손이 나간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폭력은 어느덧 일상이 되어 버린다. “부부 사이에 뭐 그깟 일로…”라는 목소리 뒤에는 사실 생활화된 폭력이 놓여 있다. 아내 때리는 일을 북어를 패듯 ‘별것 아닌 일’로 넘겨 버리는 그 잔인한 속담처럼 말이다.
학교 폭력을 저지른 아이들은 대부분 나중에 “장난이었다” “그게 그렇게 큰 상처가 되는지 몰랐다”라며 후회한다. 가정 폭력에도 늘 비슷한 반성이 따른다. “‘홧김’에 저질렀지만 여전히 그이를 사랑한다” 등등. 하지만 폭력은 ‘범죄’다. 모든 문제는 그것이 문제임을 깨달은 후에야 해결의 길이 열린다. 폭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에서는 가정 폭력의 해법을 찾기 어렵다. 가정 폭력에 대한 걱정과 관심은 더욱 높아져야 한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timas@joongdo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