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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92년 김우중 대우 회장 평양 방문

입력 | 2007-01-16 03:01:00


‘킴기즈칸.’

지난해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징역 8년 6개월, 추징금 17조9253억 원의 형이 확정된 김우중(71) 전 대우그룹 회장. 그는 한때 이렇게 불리기도 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그의 세계경영이 초원을 달리며 거대 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1992년 1월 16일 김 전 회장이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 당국은 남북 경제협력의 파트너로 그를 지명해서 초청했다. 그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갈 때 비행기 대신 기차를 택했다. ‘킴기즈칸’도 만감이 교차하는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기차가 압록강을 건널 때 김 전 회장은 생각했다.

‘1976년 수단을 시발점으로 많은 나라를 개척하고 이제 마지막 남은 시장을 개척하러 들어간다. 내가 가 보고 싶었던 마지막 시장이 바로 여기다.’

방북 5일째인 1월 20일 당시 김일성 주석과 3시간 반 동안 대화를 나눴다.

김 주석은 “앞으로 (평양을) 자기 집 드나들 듯 자주 드나들라. 6개월은 남쪽에 살고 6개월은 북쪽에 살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비핵화 선언에 대해서도 “그 용기를 찬양한다. 민족 간의 일은 잘 풀릴 것”이라고 했다.

이런 남북 화해 분위기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설까지 낳았다. 10박 11일의 방북을 마치고 중국 베이징공항에 도착한 김 전 회장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북한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얘기는 없었느냐.”(기자)

“나는 정치는 잘 모릅니다.”(김우중)

그는 며칠 뒤 한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정치적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는 정치라는 것을 잘 모릅니다. 요즘 경제 전쟁이라고 하는데 정치는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편안하게 잘살 수 있게 하는 것 아니겠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많이 달랐다. 남북경협은 북한의 핵 위협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지난해 핵실험으로 근본적 위기에 봉착했다.

김 전 회장은 많은 정치적 억측 속에서 1999년 말부터 5년 8개월간 해외 도피 생활을 했다. 도피 중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실패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난 사람을 너무 쉽게 믿었어요. 난 비즈니스는 잘했어도 정말 사람 마음은 너무 몰랐어요.”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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