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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여자로 다시 시작입니다”

입력 | 2007-01-15 03:00:00

연극 ‘졸업’에서 관능미 넘치는 중년여성 로빈슨 부인을 연기하는 김지숙 씨. 강병기 기자


“너무 커 보이지 않아요?”

사진촬영을 위해 “코트를 벗어 달라”고 부탁하자, 배우 김지숙 씨는 달라붙은 티셔츠 때문에 드러난 가슴선을 걱정했다. 무대에 선 지 30년, 하지만 중년의 나이를 잊은 듯 보이는 ‘몸짱’ 김 씨는 영화 ‘졸업’의 로빈슨 부인의 관능미를 닮아 있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하나를 매듭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전환점이에요. 학생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인생에서 끊임없이 경험하는 과정입니다.”

그는 연극 ‘졸업’에서 20대 남성과 사랑에 빠져 청춘의 꿈과 아름다움을 되찾는 중년여성 로빈슨 부인 역을 맡았다.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한 영화 ‘졸업’(The Graduate·1967년)을 2000년 영국에서 각색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무대에 오른다. 영화에서 벤저민(더스틴 호프먼)이 교회에 들어가 신부 일레인(캐서린 로스)과 함께 달아나는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많은 이에게 추억으로 남아 있다.

“사랑을 선택한 딸과 벤저민은 자신들을 옭아맨 과거에서 벗어나 ‘졸업’을 합니다. 연극에서는 어머니도 두 사람의 힘찬 뒷 모습에서 자신의 불륜을 접고 딸의 행복을 확신하며 ‘졸업’을 맞이하죠.”

연극 ‘졸업’은 로빈슨 부인이 나이의 틀을 깨고 자아를 찾는 과정에 주목한다. 실수로 임신해 꿈을 잃고 주부로 살아온 삶의 얘기도 연극에서만 볼 수 있다. 김 씨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날 위해 연기하는 기분”이라며 “로빈슨 부인을 통해 나의 졸업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여자로서, 배우로서 다시 출발하는 제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여성성에서 멀어지는 시기에 생긴 두려움과 나이 든 여배우로서 느끼는 정체성의 갈등이 연기를 통해 해소되는 것 같아요.”

벤저민을 유혹하는 장면에서는 온몸을 드러내며 과감한 노출연기도 펼친다. “작품을 위해서라면 당당하게 벗는다”는 김 씨는 “시선을 끌려는 노출이 아니라 작품의 본질과 내면의 흐름에 필요한 연기의 일부”라고 밝혔다.

“로빈슨 부인의 몸은 자신감을 표현하는 무언의 저항입니다. 관객이 외설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설득할 자신이 있어요.”

그는 ‘졸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지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은 듯하다”고 말했다. 최고만을 목표로 삼았던 사심과 번뇌가 사라져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

“2월은 졸업이 한창인 때이죠. 객석에 앉아 작품을 보면 ‘나’의 졸업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2월 3∼25일 아르코예술극장. 02-3485-8700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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