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를 무릅쓴 미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의 다음 목표는 이란 확전인가?’
미국이 2만 명 추가 파병을 뼈대로 하는 새 이라크 전략을 발표한 뒤 미국 일부 의원과 중동 전문가들이 던지는 의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내 폭력사태 해결을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이란 확전 여부를 놓고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이란 공격할까=미국이 새 이라크 전략을 통해 이란을 집중 견제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란 공격론’으로까지 확대됐다.
조지프 바이든(민주)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라크 정책이 발표된 11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출석시킨 청문회에서 “부시 대통령에게는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 권한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12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는 존 워너(공화) 전 군사위원장이 베트남전을 거론하며 “부시 대통령의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선 미군이 이란과 시리아 국경을 넘어야 하는 것이냐”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물었다.
미국이 이라크 추가 파병안을 발표하는 날 이라크 북부 이란 영사관을 급습해 외교관 등 5명을 체포한 것도 ‘이란 확전 시나리오’에 힘을 실었다.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 정책 발표를 하면서 “이라크 내 불안을 조장하는 이란이나 시리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미군은 14일 이란 영사관에서 체포한 5명이 이라크 내 무장단체에 자금과 무기 등을 제공하는 이란혁명수비대와 관련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라크 사태가 실제 이란과의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사관 급습 등은 핵실험 강행 의지를 천명하며 미국에 맞서고 있는 이란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본다.
게이츠 국방장관은 12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에 무기와 병력을 공급하는 네트워크를 공격하기 위해 이란이나 시리아 국경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이란이나 시리아와의 전쟁설에 대해 “길거리의 헛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아랍국가 ‘합종연횡’?=이런 상황에서 라이스 국무장관이 중동 순방길에 올라 그 목적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이집트와 요르단,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라이스 장관은 12일 순방 이유에 대해 “미국에 앉아서 중동정책을 짤 수는 없지 않느냐”고만 했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이란 및 팔레스타인 강경파에 맞서 온건파 아랍국가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또 새 이라크 전략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임무도 띠고 있다는 것.
라이스 장관은 13, 14일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교장관 및 아미르 페레츠 국방장관을 만나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은 반미 강경세력인 하마스와 대립 중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안군을 강화하기 위해 8600만 달러를 투입할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여기에 강력하게 반발할 태세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