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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다산의 삶, 동서양 넘어 통해요”

입력 | 2007-01-03 03:05:00

새롭고 흥미로운 시각으로 괴테와 다산의 삶과 사상을 비교해 연구하고 있는 최종고 서울대 교수. 이광표 기자


18, 19세기 서양과 동아시아 최고의 지성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와 다산 정약용(1762∼1836)이 한자리에서 만난다.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사람은 역사학자나 독문학자가 아닌 법학자 최종고(60) 서울대 교수. 10년 가까이 괴테와 다산에 빠져 지내온 그는 현재 괴테와 다산의 삶과 사상, 문화 예술을 비교한 교양서 ‘괴테와 다산’을 집필 중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최 교수는 원고를 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최 교수가 이들의 만남을 처음 생각한 것은 1990년대 말 미국 하와이대 도서관에서였다.

“그곳을 뒤져보니 괴테에 관한 책이 무려 1300여 권이었습니다. 괴테와 중국, 일본을 연결한 책은 많았는데 한국과 연결지은 책은 하나도 없더군요. 그때 다산이 떠올랐습니다. 당대 지성사의 큰 산이었던 이들을 비교해 보면 무언가 좋은 얘기가 나올 것 같았습니다.”

생애, 사랑, 학문적 자세, 종교적 삶, 문학, 법률, 미술, 음악, 국제적 시각, 과학기술 등 다방면에 걸쳐 들여다본 괴테와 다산의 삶은 시종 흥미롭다. 똑같이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지만 괴테가 정치적 후원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 반면 다산은 후원자였던 정조가 타계(1800년)하면서 정치적 외풍에 의해 유배를 당하는 등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둘은 차이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다. 변호사로서의 괴테와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법률 관련 서적을 저술한 다산을 비교한 것도 그렇고, 두 사람 모두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카메라 옵스쿠라’라는 밀실을 만들어 사진의 원리로 세상의 풍경을 관찰한 점, 그리고 괴테가 2700여 점의 그림을 그린 화가 지망생이었고 다산 역시 유배지에서 우수 어린 그림을 그린 점 등등이 그렇다.

이들의 종교적 삶을 살펴본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괴테는 기독교인이었고 다산은 천주교도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종교의 궁극적인 의미,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면서 살았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진정한 인문주의자였고 지적 모험자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괴테가 기독교인이었는지 아닌지, 다산이 천주교신자였는지 아닌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높은 산은 어디서 보아도 높은 산입니다.”

최 교수는 겨울방학 동안 미국 듀크대 로스쿨에서 ‘비교법철학’을 강의하기 위해 8일 출국한다. 그곳에서 괴테와 다산에 대해 강의할 계획이다. 또한 ‘괴테와 다산’을 영문으로 번역해 전 세계 괴테 연구자들에게 한국의 다산을 널리 알릴 생각도 갖고 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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